“스파게티 팔아 번 돈, 가구에 쏟아 부었죠.”
이탈리안식당 ‘아지오’ 대표 김명한씨가 이 달 중순 홍익대 인근에 가구디자인 전시 및 판매장 ‘aA 디자인뮤지엄’을 개관한다. 연면적 3,900㎡의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1층 휴게공간을 제외하고는 세계 가구디자인 역사의 획을 그은 대표작을 전시한다.
1일 영국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톰 딕슨을 초청, 개관 전 행사를 가진 김씨는 “가구디자인 문화의 발신지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가구에 미친 사나이’ ‘빈티지 가구의 대가’ 등으로 불린다. 20년에 걸쳐 유럽을 돌며 수집한 유명작가의 작품 및 공업용 가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언뜻 꼽는데도 “문짝만 1,000여개, 의자는 1만여개”이다.
컬렉션의 종류도 광범위하다. 1920~30년대 모더니즘 디자인의 선구자인 에일린 그레이와 부부 디자이너 찰스 & 레이 임스, ‘덴마크 디자인의 아버지’ 핀 휼, 20세기 중반의 가장 중요한 디자이너인 프랑스의 피에르 폴린 등의 작품부터 1850년대 프랑스의 우체국 편지 분리 데스크, 1900년대에 만들어진 영국 최초의 목재 냉장고 등 독특한 사연과 울림을 가진 작품을 고루 갖췄다.
지하층을 포함, 층고가 3m는 족히 될 법한 모든 층을 복층으로 설계한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앤티크다. 1900년대 영국 공장의 창문을 끼우고 150년 전 런던 템스강변을 밝힌 가로등을 설치했으며 프로방스 왕족 성의 연회실 바닥에 사용한 무늬 타일을 깔았다. 김씨는 “건물 해체 에이전트와 손잡고, 유서 깊은 건물이 해체될 때 건물 부속품 일체를 사들였다”고 말한다.
김씨는 가구의 매력을 독특한 조형미에서 찾는다. ‘벽지를 바꾸는 정도의 인테리어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존재감,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오브제’라는 설명이다. “죽을 때까지 가구 컬렉션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이지만 컬렉션 초기에는 아내 눈치를 보느라 꽤 고생했다. “버는 족족 없애니 좋아하나요. 와이프에게는 끝에서 영(0) 두개씩 빼고 값을 말했죠. 그래도 지금은 아내가 가장 큰 후원자입니다.”
김씨는 소규모 주제관 두 곳을 연내 추가로 개관한다. 영국, 프랑스의 정원가구를 집중 소개하는 주제관과 공업용 가구 주제관이 될 것이다. 그는 “전시장을 상시 개방, 일반인이 와서 보고 가구에 대한 편견을 깨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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