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1일 저녁 8시42분 아프가니스탄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에 대한 구출 작전이 시작됐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긴급 타전됐다. 순간 한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가즈니주 카라바흐 지역 최고 관리인 코자 세디키의 말을 인용한 이 보도는 한국인 인질들의 목숨이 대거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국내 지상파 방송들이 밤 9시에 이를 톱 뉴스로 전하면서 긴박감은 더해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dpa통신은 “아프간군이 가즈니주에서 대규모 탈레반 소탕작전에 돌입했다”고 전하면서도 “인질 구출 목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프간 정부와 다국적군은 6월부터 ‘마이완드’라는 작전명으로 군사작전을 해오던 터여서 ‘인질 구출작전’ 보도는 결국 2시간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아프간군이 가즈니주에서 군사작전에 돌입한다는 경고가 담긴 전단을 살포하고 있다”는 소식이 AP통신을 통해 흘러나왔지만 이 역시 통상적인 심리전으로 추정됐다.
이날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은 구출작전 오보만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희망적인 소식과 비관적인 소식이 계속 전해지면서 우리국민은 하루종일 혼란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이날 새벽 2시 반쯤, AIP 통신은 “여성 인질 2명의 건강상태가 매우 나빠져 병사할 수도 있다”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반면 새벽 4시 반에는 희망적인 소식이 나왔다. 미국 CBS 방송이 익명을 요구한 고위 탈레반 지휘관의 말을 빌어 “탈레반 내부의 전략 변화 때문에 인질 살해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지휘관은 “여성 인질 석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가족들은 조금이나마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전에는 일본 언론들이 ‘무력 구출작전’의 가능성을 전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마이니치 신문은 “미군과 아프간군이 아마디를 검거하기 위해 전화로 위치 추적을 하고 있다”고 전했고, NHK 방송은 “아프간 정부가 특수요원 200여명을 사건 현장에 파견했다”는 아프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오후에는 협상 마감 시한인 4시30분이 지나면서 긴박한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AIP가 “탈레반이 한국측의 요청을 수용해 한국 대표단의 인질 면담을 허용했다”고 보도했으나, 곧이어 AFP가 “협상 시한이 지났으며, 한명 또는 더 많은 인질들이 언제라도 살해될 수 있다”는 아마디의 말을 전해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특히 오후 6시쯤 알 자지라 방송을 인용, 교도통신이 “한국인 인질 4명이 추가로 살해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상황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로이터 통신의 ‘구출작전’ 보도가 해프닝으로 끝난 후 밤 11시30분께 아마디가 “인질 4명이 살해될 것이라는 보도는 오보”라고 밝혔다는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허탈감마저 들게 하는 혼란스러운 외신 보도는 한밤중까지 계속됐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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