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청중과 눈 높이 맞추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거침없이 몰아치기'.
한나라당 경선 합동연설회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경선후보의 연설 스타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청중과의 교감을 중시하며 지역 민심을 파고 드는 전략이 눈에 띈다. 연설을 시작할 때면 늘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느린 템포로 두세 번씩 반복하며 박수를 유도한다. 앞선 경선후보로서의 여유를 보여 주면서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겠다는 의도다.
이 전 시장은 손짓도 잦다. 강조하는 부분이나 상대 경선후보를 몰아치는 부분에서는 반드시 손짓을 한다. 연설 마지막에 불끈 쥔 두 주먹을 치켜드는 것도 특징이다.
반면 준비한 원고에 얽매이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진행하다 보니 연설이 장황하고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1일 춘천 합동연설회 때는 수시로 원고를 들여다보며 원고에 충실하려 했는데 참모들의 진언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해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7월 30일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단상에 오르자마자 손을 쭉 뻗어 "저더러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공격한 것이 단적인 예다. 서론 없이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방식은 합동연설회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지금까지 연설문은 대부분 호흡이 길었으나 최근엔 변화를 줬다. 단문 위주로 구성하고 같은 문장에도 여러 번 끊어 읽는다. 원래는 원고에 충실한 스타일이었으나 요즘엔 가급적 원고를 보지 않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일정한 음높이로 모든 글자를 2, 3개씩 또박또박 띄어서 말하다 보니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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