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일본군위안부 결의안 채택은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설상가상의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결의안 통과에 대해 일단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31일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돼 유감”이라며 “중요한 것은 21세기를 인권침해가 없는 밝은 시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도 “그동안 일본 정부의 생각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나라 의회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논평할 필요가 없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아베 총리가 ‘고노담화’(1993년)를 계승한다고 밝혔고, 4월 미국 방문에서 기본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추가로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표면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속마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결의안 채택은 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아베 총리의 우익지향적 역사관에 대한 미국의 경고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선거 패배로 구심력이 약화된 아베 총리가 외교적으로도 타격을 받게 됐다”며 걱정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서 ‘애매한 전략’을 취해 진보_보수 진영으로부터 샌드위치 신세가 된 아베 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일로 보수 진영의 불만이 폭발해 ‘힘을 잃은’ 아베 총리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미일관계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보수 진영은 6월 미 하원 소위에서 결의안이 통과되자 격렬하게 반발했다. 고노담화의 재검증과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이들은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목청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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