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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그리운 바다 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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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그리운 바다 성산포

입력
2007.08.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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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동천사野性이 詩性으로 바뀌는 섬,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시인

“한국에 있는 섬은 3,201개, 연육으로 수가 줄어들어 지금은 3,200개일 겁니다. 무인도는 517개지요.”

시인 이생진(78)과 7년 전 서해의 가의도(賈誼島)로 문학기행을 갔을 때 들은 말이다. '섬 시인'다웠다. 그는 그 섬들 중에서 무려 1,000여개를 떠돌았다.

이 노시인이 그 중 제일로 치고 좋아하는 섬은 그가 '섬의 제왕'으로 부르는 제주도, 그 중에서도 우도이다. 40여년 전 그는 성산 일출봉에 올라 건너편 이 작은 섬을 보고 ‘무명도(無名島)’라 이름붙였다.

"그곳에서는 소도 말도 나처럼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이생진이 제주도를 노래한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에 실린 시 '무명도'이다.

한 수필에서 그는 고군산열도에서 만난 할머니와의 문답을 소개한다.

“어디로 갑니까.”

“저 끝 말도로 갑니다.”

“어이구, 거긴 하늘과 바다 뿐인데.”

“그게 좋습니다, 하늘과 바다.”

처음에는 그렇게 자신을 찾기 위한 길이었을 이생진의 섬 기행은 차츰 섬 사람들의 사연, 섬의 역사를 탐구하는 길로 더 깊어졌다.

가의도에 갔을 때, 중국에서 8대조가 그 섬으로 귀양왔다는 주(朱)씨 성의 동갑내기 노인과 그가 만나 죽마고우처럼 정을 나누는 것을 보고 가슴 찡해졌던 기억이 있다. 이생진은 전기도 안 들어오던 주씨 집에서 밤이면 촛불 10개를 켜 놓고 시를 썼다고 했다.

"촛불 10개면 10촉이지요."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술에 취한 바다') 1946년 오늘, 제주도가 전라남도에서 분리돼 도(道)로 승격했다. 이생진의 시집으로 올 여름 제주도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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