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 심성민씨 피살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때가지 한국인 인질을 순차적으로 살해한다”는 탈레반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나머지 인질들의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탈레반 최고위는 30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으로 정한 협상 시한까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자 “인질들을 점차적으로 죽일지, 한꺼번에 죽일지, 풀어줄지를 결정하는”(가즈니주 탈레반 사령관)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회의 직후 심씨를 살해한 것을 보면 탈레반은 이날 회의에서 순차적 살해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심씨 살해 직후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고, 오늘 인질 살해는 순차적 살해의 첫 단계”라고 경고했다고 보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탈레반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한국 정부가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했는데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 석방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직 인질 살해를 통한 충격 요법만이 아프간 정부 및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탈레반은 앞으로 주어진 시한(1일 오후 4시30분) 내에 포로 석방이 안 될 경우 추가 시한 연장 없이 즉각 남은 남성 인질(3명 혹은 5명)부터 차례차례 살해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과 어린이는 해치지 않는다’는 이슬람 전통, 여성 인질까지 해칠 경우 탈레반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 등을 감안하면 여성 인질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남성 인질 살해가 모두 끝났는데도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성 인질들의 안전도 100% 자신할 수는 없다. 탈레반은 이미 여러 차례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린이든 살해할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남은 인질들의 운명은 앞으로 두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정부가 결국 탈레반 수감자 석방 결정을 내리고, 일부라도 먼저 풀어 준다면 여성 인질들부터 순차적으로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로서는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21명 모두의 안전 귀환을 끝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
탈레반은 일부 인질을 풀어준 후에도 나머지 인질을 데리고 요구 수준을 점차 높이는 ‘살라미 전술’을 쓸 가능성이 높고, 아프간 정부가 계속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결국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아프간 정부가 끝내 수감자 석방을 거부하고, 정부도 무장 단체에 대한 강력 대응을 결심할 경우 군사 작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장 단체가 인질들을 뿔뿔이 나눠 구금하는 등 군사 작전에 대비하고 있고, 현지가 산악지형으로 기습 작전에 불리한 것을 감안하면 군사 작전을 하더라도 인질 상당수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