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결정은 당연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31일 경남 진해시 웅천동 괴정마을.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전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신항만 준설토투기장 조성에 따른 ‘깔따구’피해가 인정된다며 내린 배상 결정을 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민가와 횟집 등이 어우러진 해변마을 주민들은 “뒤늦게나마 배상결정이 내려져 다행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해마다 8~9월 깔따구와 물가파리떼가 대량으로 발생해 피해를 입었던 이 지역은 다행히 아직까지 불청객들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있다.
650만㎡규모의 부산신항만 준설토투기장 공사를 벌이면서 2002년께부터 시작된 재앙은 해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해충들이 나타나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곤충학계에서조차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1~2㎜크기의 미확인 변종 파리떼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이성섭 피해배상대책위 사무국장은 “최근 투기장 일대에 대한 예찰을 실시한 결과 거미줄이 상당수 발견됐다”며 “깔따구나 물가파리떼 등의 출현을 예고하는 전조가 아닌가”하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올해엔 파리떼보다는 모기떼의 극성을 더 우려하고 있다. 드넓은 투기장에 염분이 빠지고 곳곳에 담수가 고이면서 모기떼의 서식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해충퇴치를 위해 뿌린 약제가 부를 제 2차 피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은 지금까지 모두 90억원을 들여 곤충성장억제제인 ‘스미라브’ 90톤을 투기장 일대에 집중살포했다.
김종윤 피해배상대책위원장은 “약품에 포함된 성분과 준설토 속에서 각종 유충들이 썩으면서 발생한 유독성 침출수가 바다에 방류돼 인근 피조개 양식장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이번 결정으로 2005년도 피해에 대해 최고 600만 원까지 총 17억여원의 배상금을 나눠 갖게 되지만 실제적인 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웅동에서 횟집을 경영하는 박모(47·여)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숨을 쉬면 깔따구가 코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해 손님들이 발길을 뚝 끊었는데 보상금 몇푼으로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유해곤충으로 인한 환경피해 배상 첫 사례인 만큼 향후 전국 항만건설 및 해양매립 사업에 끼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피해구제 차원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 소송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진해=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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