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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현 전 대사의 한중수교 비망록] <14> 북한 중심의 한반도 정책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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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현 전 대사의 한중수교 비망록] <14> 북한 중심의 한반도 정책을 바꿔야

입력
2007.08.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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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은 5월14일 동해사업 제1차 회의 첫 날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쌍방의 메시지와 견해를 꺼내놓고 서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자는 합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탐색전의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였다. 관계 정상화를 갈망하는 양국 국민의 보이지 않는 응원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장루이지에(張瑞杰) 대사는 한중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측의 구체적인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무엇보다 대만문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10분간 커피 브레이크를 갖고 속개된 회의에서 나는 대만문제에 관한 우리측의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 전에 한국측 관심사항을 먼저 제기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우리의 관심사항에 대해 중국측 입장을 듣고 다짐을 받아두는 과정이 필요했다.

한반도 통일문제

대만문제와 관련, 중국측은‘하나의 중국’원칙을 요구해올 것이 자명했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도 ‘하나의 KOREA’로 통일되어야 하는 대응논리를 내세우는 한편, 더 나아가 차제에 중국측 입장을 들어두려는 포석이었다. 아울러 지금까지 중국의 북한 일변도 한반도정책을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중국측 동의를 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한국은 남북의 평화통일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는 궁극적으로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어야 한다. 중국측이 이미 표명한대로 한중관계의 발전은 한반도의 평화,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에도 유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두 나라의 수교가 구체화될 경우에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중국측의 입장이 대외적으로 명쾌하게 명시되어야 한다.’평화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그렇게 중국측에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입장은 중국측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따라서 수교문서에 천명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측은 우리의 견해에 대해 중국의 대외정책은 평화외교정책이며 이에 따라 국가간 분쟁은 평화적 회담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노선이라고 말했다.

‘조선의 평화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한간 평화적 협상에 의해 통일되어야 한다고 이미 여러 번 천명한 바 있으며 한중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는 것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발전, 그리고 최종적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유리해야 한다.’중국측의 입장 역시 우리측과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북한의 핵문제

나는 특히 북한의 핵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북한 핵에 대한 언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중국의 위상,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우리측은 “현재까지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절차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와 병행해서 남북한 간에도 핵공동위원회가 개최되었으며 약간의 진전도 있었다”고 밝히고 북한의 핵문제에 있어서 진전이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주기를 요청했다.

북한이 핵사찰 문제에 있어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준수하고 진척시킬 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바로 북한의 이러한 불확실성이야말로 남북관계 진전의 장애요인뿐 아니라 일북(日北)관계의 정상화와 미북(美北)관계의 발전,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한중수교의 장애요인으로도 존재하고 있다는 우리측의 견해를 전달했다(돌이켜 보면 15년 전에 우려했던 북한의 핵문제가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국제사회의 인정 여부와는 별개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 더 나아가 세계평화에도 깊은 주름살을 남기고 있다).

중국측은 핵문제에 관한 한 단호하고 명쾌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즉 남북한 어느 쪽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정세의 안정과 발전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중국 측은 “우리는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이와 같은 입장을 천명하였듯이 핵확산을 주장하지 않고(不主張), 장려하지 않으며(不獎勵), 우리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不傳播)”고 단호하게 언급했다. 이른바 중국의 ‘핵 3불(三不)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중국 측은 이어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지지하며 특히 북측이 핵사찰 문제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한 사실을 반긴다고 부연했다.

북한 측에 핵문제에 대한 관련 국가들의 관심과 주의를 전달한 바 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측은 아울러“우리는 계속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남북한간 문제이고 한중관계에 직접적 연관이 없으며 양국 관계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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