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 단체가 31일 한국인 피랍자 심성민씨 살해 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치 않을 경우 인질을 순차 살해하겠다며 1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각ㆍ현지시각 낮 12시)을 최종협상 시한으로 정해 추가 인명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날 탈레반 무장 단체를 강력 규탄하고 “또 다시 우리 국민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피랍 사건 이후 처음으로 무력에 의한 구출 작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통상부는 아프간 현지 상황이 급박해짐에 따라 이날 굿네이버스 글로벌케어 동서문화개발교류회 등 아프간 현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9개 구호단체에 공문을 보내 “아프간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의 피랍 사건과 관련해 귀 단체에서 파견한 우리 국민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철수시켜 주길 바란다”고 한국인 직원들의 철수를 요청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무장 단체의 심씨 살해 뒤인 이날 오후 로이터와 AFP통신을 통해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가 최종 시한까지 탈레반 죄수 석방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인질들을 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디는 “탈레반 최고위원회에서 협상 시한과 인질들의 운명에 대해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전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일부 언론은 “아마디가 ‘이번 인질 살해는 순차적 살해의 첫 단계로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부 성명을 통해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납치ㆍ살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정부는 반드시 우리 국민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무장 단체는 수감자 석방과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에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다”고 무장 단체에 보다 현실적인 협상 조건 제시를 촉구했다.
천 대변인은 동시에 “국제사회가 견지해 온 원칙적 입장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인도적 관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국제사회가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해 인질_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에 대한 아프간과 미국 정부의 전향적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아프간 대통령궁 하마이온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탈레반의 요구 사항인 수감자와 인질의 교환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피살된 심씨는 이날 오후 가즈니주 가즈니시티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안다르 지구 아리조 칼레이 마을의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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