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강제 이주라는 참혹한 현실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뺏긴 척박함 속에서도 낙천적 노래를 지어 부르며 희망을 찾으려 했던 고려인들의 모습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고려인의 구전가요를 수집해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전 2권ㆍ화남 발행)를 엮은 시인 김병학(42ㆍ사진)씨가 30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재소고려인의>
김씨는 1993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한글학교 교사, 한글신문 <고려일보> 기자 등으로 일했다. 이번 가요집엔 고려인 노인들에게서 직접 채록하거나 필사본으로 입수한 350곡과 <고려일보> 에서 발굴한 218곡 등 총 568곡(377곡은 악보 포함)이 실려 있어 그 양부터 기존 성과를 압도한다. 고려일보> 고려일보>
자료집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음악가 한 야코브(64)씨가 현지 고려인 창작문화단체 ‘오그늬람파’(대표 최 타지야나)의 지원을 받아 2004년 가을부터 6개월간 고려인 마을을 순회하며 채록, 채보한 내용이 기초가 됐다. 김씨는 이 자료를 한글로 옮기고, <고려일보> 의 1955년 이후 발행분에서 발굴한 자료를 보태 책을 편집했다. 고려일보>
김씨는 고려인의 의지와 낙천성을 잘 보여주는 가요로 <씨를 활활 뿌려라> 를 꼽았다. 씨를>
이 노래는 ‘에헤헤 뿌려라/ 씨를 활활 뿌려라/ 땅의 젖을 짜 먹고/ 와싹 와싹 자라나게’라는 후렴구의 흥겨운 노동요로 ‘재소 고려인의 아리랑’으로 지칭될 만큼 널리 불린다. ‘산 설고 물 선 타향에 객을 정하니 섭섭한 생각은 고향뿐이요’란 가사가 애절한 <망향가> 처럼 삶의 신산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노래도 많다. 망향가>
김씨는 “책에 실린 가요 중엔 창작곡이 가장 많고, 북한 노래, 구한말 민요, 구 소련 노래가 그 뒤를 잇는다”고 설명했다.
자료집 편찬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사 해독이었다. 김씨는 “고려인 사회가 5, 6세대를 거치면서 어휘가 한국어와 많이 멀어졌고, 노래를 불러준 이들이 대개 70, 80대라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간의 고충을 밝혔다.
<왜생겸> 이란 노래 제목이 ‘왜 생겨났는가’란 말에서 나왔고, ‘고로아제 누우란다’란 가사 속 ‘고로아제’가 침대란 뜻의 러시아어 ‘크라바치’에서 비롯했다는 것 등을 밝히는데 엄청난 품이 들었다. 김씨는 “정확한 우리말로 부른 노래로 CD를 만들어 고려인 후손에게 보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왜생겸>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책을 펴낸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오그늬람파와 공동으로 10월 27일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및 중앙아시아 각 민족의 가수가 책에 수록된 노래를 우리말로 부르는 출판기념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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