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육성 공개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 3명의 육성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추가 공개된 31일 가족들은 탈레반의 '계산된 전략'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피랍자와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을 이용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탈레반의 속셈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전날 밤 일본 공영방송 NHK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피랍자 2명은 장기간 이어지는 억류생활에 지친 기색이 엿보였다. 심성민(29)씨로 추정되는 남성은 "정확히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피랍자 3명과 함께 집 안에 있다"고 전해 민가에 억류돼 있음을 알렸다.
김지나(32)씨로 보이는 여성은 "병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모두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억류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한 뒤 "탈레반과의 협상이 성공해 하루라도 빨리 구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아프간 및 한국 정부, 미국 등에 '한국인 인질-수감자 석방 맞교환'을 재차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이지영(36ㆍ여)의 목소리도 전해졌다. 이씨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함께 억류된 인질이 심성민, 김지나, 김경자(37ㆍ여)라고 밝힌 뒤 "민가 같은 장소에서 '차이(홍차)'랑 빵 등을 먹고 있다"며 "(납치범들이)특별히 위협을 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빨리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가족들은 피랍자의 육성이 추가로 공개되자 미어진 가슴을 매만지면서도 '무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탈레반의 짜여진 각본에 놀아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피랍가족 비상대책위원장 차성민(31)씨는 "(육성공개는) 예상된 수순이고 전략이기 때문에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피랍자들의 목숨이 거래가 되는 기분이 들어 가족들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납치세력은 앞으로 동영상까지 공개할 것"이라며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측면이 있지만 육성에 이어 동영상이 공개되면 가족들의 동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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