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30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주말 별장인 워싱턴 근교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이후의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과 브라운 총리는 앞서 29일 밤 만찬 회동을 통해 양국 관계 외에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방안, 이란 핵문제, 수단 다르푸르 사태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브라운 총리는 ‘부시의 푸들’로 불리기까지 했던 블레어 전 총리가 미국 추종적인 정책으로 비판을 받은 끝에 자신에게 총리를 넘겨줘야 했기 때문에 블레어 전 총리와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마크 맬럭 브라운 영국 외무차관은 최근 “브라운 총리는 블레어 전 총리처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부시 대통령 가까이에 바짝 붙어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함으로써 이 같은 변화 의지를 단적으로 표출했다.
브라운 총리실측이 부인했으나 브라운 총리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라크 주둔 영국군 철수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는 영국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미영 정상회담에 대해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하는 브라운 총리는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에 빠진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추종적으로 비쳤던 양국 관계를 재규정해야 할 요구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브라운 총리는 그러나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기 보다는 일단 안심시킨 뒤 실질적 변화를 도모해 가겠다는 ‘줄타기 외교’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라운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영미 양국은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자신은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어 “자유와 기회, 개인의 존엄 등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들 때문에 미국과의 튼튼한 관계는 더욱 공고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소득은 양국 정상들이 공동의 이익과 관심사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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