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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재집권의 의미를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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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재집권의 의미를 말해봐

입력
2007.07.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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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창당준비위가 뜬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 뭇매를 맞고 있다. '도로 열린우리당' '위장 신장개업'도 모자라 '아메바 정당'이란 말까지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같은 식구끼리 이렇게 저렇게 흩어지며 시선을 교란하더니 결국 다시 모여 새로운 세력인양 하는 게 길거리 야바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어쩌랴. 정권이 넘어가게 생겼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 의원들은 대선에서 지면 그 여파 때문에 내년 4월 총선에선 일부 지역을 빼곤 다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못할 일이 없는 판국이다.

원칙과 상식을 비켜 간 황당함으로 치자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나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합이 이 보다 못하지 않았다. 이인제의 경선불복도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이벤트는 정권을 창출했고 이인제는 500만 표나 얻었다. 이게 선거 현실이고, 정치 수준이다. 교과서적 문제제기는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만, 지나치게 흥분할 일도 아니다.

그것보다 기자의 관심은 지난 두 번에 비해 썩 좋지 않은 환경에 있는 그들이 세 번째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쏠린다.

그들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도 버겁지만 한나라당의 심판론, 정권교체론에 맞설 전략적 좌표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김대중 후보는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독점적 가치를 내세웠다.

두 사람의 삶이 또 거기에 부합했다. 하지만 범 여권과 대선주자들은 재집권이 무슨 정치사적, 국리민복적 의미를 갖는지 마음에 와 닿게 설명하지 못한다. 이게 없이는 총선은 몰라도 대선에선 이길 수 없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에서 그들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건 '민주'뿐이다. 그런데 이것은 약효가 다했다. 민주화 세력이 세 번을 집권하면서 '민주'는 보통명사가 됐다. 한나라당도 14대 총선 이후 꾸준한 세력교체로 더 이상 반(反) 민주집단이 아니다.

범 여권과 한나라당의 관계는 영ㆍ호남 지역구도가 바탕에 깔린 보수와 중도 또는 진보의 경쟁관계로 변했다. '민주'를 배타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

범 여권에는 영남 대책이 없다. 21일 본보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박근혜의 대구ㆍ경북 지역의 지지율 합은 65.4%, 부산ㆍ경남은 66.9%다. 이것을 두 지역 무응답 층인 28.4%와 17.8%를 뺀 응답 층만의 지지율로 환산하면 각각 90%와 80%가 넘는다.

대선 투표율이 70~80%라고 할 때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영남 지지율을 현재로선 이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범 여권에게는 재앙이다. 영남 표를 일정 정도 잠식하지 못하면 범 여권은 이길 수 없다는 게 선거공학의 결론이기 때문이다.

97년엔 이인제가 영남에서 100만 표를 가져감으로써 DJ의 37만 표차 신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2002년엔 부산출신인 노무현이 비(非) 한나라당 후보로는 14대 대선 이래 최고인 25.4%(175만표)의 영남 득표율을 토대로 집권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인제도, 노무현도 없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내든지, 이런 분석 틀을 깬 새로운 케이스를 만들어 내든지 범 여권의 승리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유성식 정치부장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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