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나 외모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신생아라도 부모 등의 허락없이 촬영해 방송하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까. 답은 ‘된다’이다.
2005년 9월 KBS 다큐멘터리 ‘병원24시’팀은 신생아 중환자실 생활을 다루는 과정에서 A씨의 남편으로부터 ‘촬영을 하지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제작팀은 이 말을 듣지 않은 채 중환자실에 있던 김군을 간호사가 안는 장면, 김군이 잠든 장면 등을 촬영해 방송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 조용구)는 30일 허락없이 방송 촬영을 해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엄마 A(31)씨와 아들 김모(2)이이 방송사와 PD, 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총 1,4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이나 사회 통념상 특정인으로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찍히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방송사, PD 등이 본인과 친권자의 동의없이 A씨와 김군을 촬영한 것은 초상권 침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생아는 외모가 구분이 안돼 초상권 인정이 어렵지 않냐는 피고측 주장이 있었지만 신생아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는 없다”며 “피고들은 A씨와 김군이 나오는 장면이 매우 짧고, A씨가 묵시적으로 촬영에 동의해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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