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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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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려한 휴가>

입력
2007.07.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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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개봉한 <화려한 휴가> 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5월 광주'를 다룬 영화에서 처음이지만, 그것도 여러 번, 그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다.

<꽃잎> 이나 <박하사탕> 등 종전 영화와 비교할 때, <화려한 휴가> 는 우선 그 점에서 실체적 진실로 바로 다가서려는 영화다. 영화라는 대중예술에서 그 이름을 등장시키는 데 27년이 걸렸다.

<꽃잎> 이나 <박하사탕> 등 미진하지만 은폐된 껍질을 하나 둘 벗겨내는 과정을 거치고 난 후, 5월 광주항쟁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역사 진행은 이렇게 더디다.

▦ 전후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고통스런 민주항쟁의 역사가 처음으로 영화를 통해 비극적 전모를 드러낸다. 소시민적 삶을 누리는 광주 사람들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무서운 정치 폭력이 가해진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칼로 무장한 계엄군에게 폭행과 죽임을 당한다. 이유도 모르는 채 억울하고 참혹하게 친구와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자위를 위한 시민군을 결성하고 계엄군과의 무장투쟁에 나선다. 실력자 전두환 등 신군부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 속에, 시민군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되어 외롭고도 장렬한 죽음을 맞는다.

▦ 영화는 미학적으로나 진실규명 면에서 거의 흠 잡을 데 없다. 27년 전의 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5ㆍ18' 정치음모의 배경이나 결말에 대한 예언은 성당 신부나 시민군 대장의 입을 통해 전해지지만, 분노한 항쟁의 주력은 지극히 평범한 시민과 학생들이다.

엄청나게 부당한 폭력에 대한 분노와 정의감이 그들로 하여금 총을 잡게 만든다. 이 영화는 결코 감정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일상과 꿈이 그려지고 간간이 소시민적 익살이 비장함의 무게를 덜어주면서도, 조여 오는 비극적 결말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

▦ 영화가 끝나도 관객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는다.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고 눈물을 닦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어 나오는데, 뒤에서 초등학교 5년생 쯤 돼 보이는 사내아이 음성이 들렸다. "나 정말 눈물 많이 흘렸어." '5ㆍ18'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어린이의 감상평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말해주는 듯하다.

기쁨과 슬픔 등 감정이 섞인 눈물에는 인체에 해로운 카테콜라민이 다량 들어 있다고 한다. 눈물이 카테콜라민을 몸 밖으로 유출해 인체 방어기제를 높이는 것이다. <화려한 휴가> 가 흐르게 한 눈물이, 역사의 오점을 씻어주고 정화시켜 줄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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