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가족들은 30일 협상시한 연장과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 이은 또 다른 ‘협상 2일 연장’이라는 급박한 상황 반전 속에 울다 가슴을 쓸어 내리기를 거듭했다.
가족들은 이날 거듭된 심한 감정 기복에 크게 지친 모습이었지만 일부는 “시한을 여러 번 넘긴 만큼 동요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고 배형규 목사의 형 신규(45)씨는 “현지 소식 하나 하나에 피가 마르고 매우 지쳐 있다”면서도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고 가자는 데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피랍자 가족들은 오후6시께 ‘협상이 완전 실패했다. 인질을 죽이기로 결정했다’는 탈레반의 발표가 나오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첫 협상시한인 오후 4시30분이 지났을 때만 해도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냉정을 잃지 않으려 애쓰던 가족들은 살해 협박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평소 차분했던 피랍자 가족대표 차성민(31)씨도 “이번에는 충격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결과(고 배형규 목사의 죽음)를 한 번 봤기 때문에 오늘은 가족들이 힘들어 한다”고 울먹였다.
탈레반이 협상시한을 오후 8시30분으로 연장하면서 “포로를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 할 것”이라고 다시 협박하자 몇몇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국내로 운구된 배 목사의 시신은 경기 안양시 샘병원에 안치됐으며 검경의 검시(檢屍)가 진행됐다. 박상은 샘병원 원장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의사와 동의부대 군의관이 각각 작성한 사망진단서에 사인이 모두 ‘머리 총상’으로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가족이 부검에 동의한 만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