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판타지는 영화만의 매력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상상의 세계에 빠지다 보면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한가”라는 호기심이 솟는다. 영화 속에 숨은 과학의 비밀을 캐보자.
◆ 온라인 대란을 일으키려면?
12년 만에 돌아온 <다이 하드 4.0> 의 매력은 역전 노장 브루스 윌리스의 변함없는 ‘깡다구’ 기질과 근육질 액션이다. 테러리스트는 컴퓨터 앞에서 세상을 감시하고, 엘리베이터 작동을 제어하며, 돈을 빼돌리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했다. 다이>
영화 속 사이버 범죄는 이미 진부할 정도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특정 사이트 해킹이 아닌 전국 규모의 대재앙 ‘파이어 세일’이다. 처음엔 교통신호를 뒤죽박죽 만들어 사고를 일으키고, 조작된 증시 정보를 띄우는 등 금융과 통신망을 마비시킨 뒤, 가스 수도 전기 등을 끊는 3단계 테러 작전이다.
영화 속 범죄자 집단은 “아무와도 교신 못하고 아무도 돕지 못하는 고립된 삶, 위험한 사회”를 무시무시하게 경고한다. 과연 쓰나미나 지진이 없어도 이 같은 대란이 일어날 수 있을까?
사실상 우리 사회의 교통, 통신, 금융, 에너지 시스템 등은 대부분 디지털로 제어되고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다. 물론 아무리 재주 좋은 해커라도 전국적 혼란을 야기하려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러나 분명 취약한 부분이 있다. 바로 허브들이다.
복잡계 연구의 일환으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연구한 정하웅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전체 인터넷 네트워크 절반이 1%의 중요 허브와 관련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에 발표했었다. 네이처>
약 4%의 허브를 무용지물로 만들면 사실상 전체 인터넷 세상이 파편화된다. 그 이유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연결 중요도가 낮은 대다수와, 연결 중요도가 극도로 높은 극소수라는 멱함수 법칙을 따라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
정 교수는 “월드와이드웹의 기본 아이디어가 연결이 집중되는 중앙 허브를 따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허브들이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라며 “중요 허브만 잘 알고 공격할 경우 전체 네트워크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례도 있다. 2003년 국내에서 일어났던 인터넷 대란은 역 IP 확인요청을 일으키는 웜이 발단이었지만 “혜화전화국이라는 허브가 아니었다면 문제가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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