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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살해 임박" "정부군 집결"… 혼란·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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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살해 임박" "정부군 집결"… 혼란·긴장

입력
2007.07.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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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질 피랍 13일째를 맞은 30일 협상 상황을 종잡을 수 없는 혼란스런 신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양쪽에서 초강경 징후가 잇따라 나오는가 하면 시한을 이틀 연장해 달라는 협상단의 요청을 탈레반이 받아들였다는 희망적 주장도 나왔다.

탈레반은 이날 협상시한(한국시간 오후 4시30분)이 지나자 한국인 인질들을 금방이라도 살해할 듯 “협상 완전 결렬” “몇분 뒤 인질 처형 시작” 등 극렬한 단어를 동원해 아프간과 한국 정부를 위협했다. 아프간 정부 역시 억류 지점 주변에 보안군을 집결시켰다는 보도가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보안군 집결은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어 ‘군사작전→대규모 인질 살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마라주딘 파탄 가즈니주(州) 주지사는 이날 밤 탈레반측이 협상시한을 이틀 연장해 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수락해 시한이 8월 1일 오후로 늦춰졌다고 밝혀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탈레반이 이날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은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양측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프간 정부는 그 동안 탈레반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는 시간을 끄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수감자 리스트를 받은 뒤에도 “수감자 석방은 안 된다”는 원론적 발언이나 “리스트에 미군이 구금한 범죄자가 있다”는 구실을 댔다.

몸값을 통한 해결방식도 “탈레반이 우리 국민을 공격하는 데 사용할 무기를 살 것”이라며 마땅찮은 반응을 보였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11일째인 29일 한국의 백종천 특사를 만나기 전까지 이 사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백 특사와의 면담 후에도 아프간 협상단은 수감자 석방에 반대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일원인 마흐무드 가일라니는 오히려 “1단계로 즉각적인 여성 인질의 석방을 요구하며, 그렇게 된다면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해 ‘선(先) 여성인질 석방-후(後) 협상’ 안을 내놓았다. 협상에 진전이 없자 새로 협상단에 참여한 탈레반 출신 국회의원 압둘 살람 로케티 등 아프간 협상단 3, 4명이 29일 밤 카불로 돌아가 버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결국 탈레반은 교착상태가 길어지자 사태를 긴박하게 몰고 가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험준한 산악지형에 물과 식량, 의약품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남아 있는 22명의 인질들을 언제까지 가둬둘 수 없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낮에는 섭씨 40도의 고온이 계속되고 일교차가 20도 이상 벌어지는 극한 환경에서 여성 인질들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아마디는 28일 탈레반 홈페이지에 올라온 일문일답에서 “8명의 수감자와 인질을 교환하면 다음 수감자 리스트를 제시하는 식으로 2, 3차례에 걸쳐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밝혀 하나의 카드를 잘게 나누어 단계별로 보상을 최대화하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임현주씨의 호소가 방송된 데 이어 30일까지 인질 4명의 인터뷰가 추가로 공개된 것도 탈레반이 인질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를 설득하도록 압박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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