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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작가 베르베르…모든 작품 곳곳에 '베르베르 코드'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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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작가 베르베르…모든 작품 곳곳에 '베르베르 코드'를 심는다

입력
2007.07.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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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1위, 판매량 10만권 돌파.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6)의 장편 <파피용> 이 국내 발간 3주 만에 거둔 성과다. 이로써 작가는 <개미> (1993), <뇌> (2002), <나무> (2003)에 이어 네 번째 ‘넘버원’을 차지했다. 넘버원 작품마다 100만 부 이상 팔아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린 그의 기록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 작품 11종이 번역됐고 총 판매부수가 500만부를 넘는 ‘한국이 편애하는 작가’ 베르베르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파피용> 을 쓴 까닭은.

“집필 당시 프랑스에선 자연보호 운동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생태계에 실질적 도움이 전혀 안됐다. 일테면 지구를 구하려면 자가용부터 쓰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용기 내서 말하는 자가 없다. 인간이 이다지도 이성적이지 못하다면 차라리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거기서 구원책을 찾는 것이 합당하다고 봤다. <파피용> 은 그 해답이자, 인류를 구하고 싶다는 갈망의 표현이다.”

-<파피용> 이 예전 작품과 다른 점은.

“내 작품 중에서 가장 시(詩)적인 작품이다. 절박한 생각들을 한시라도 빨리 풀어내려 하면서도 그것을 시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철학적 콩트’라고나 할까.”

-우주선 ‘파피용’은 40㎢ 면적에 14만4,000명을 싣고 1,251년을 여행한다. 이를 두고 ‘노아의 방주’나 <요한계시록> 을 언급하는 독자가 많다. 숫자들에 특별한 의미가 담겼나.

“내 모든 작품엔 암호가 들어 있다. 이번에도 호기심 많고 눈 밝은 미래 세대를 위해 많은 비밀 숫자를 작품 속에 집어 넣었다. 동시에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담는 것을 고려했다.”

-새로운 지구를 찾아나선 ‘파피용’ 안에서도 범죄, 전쟁, 지배 등이 재연된다. 인류 사회가 개선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면 권력층 대부분이 파괴 욕구를 지녔다는 인상을 받는다. 특히 비정상적인 상황은 현재의 높은 인구 성장률이 지속될 경우 지구가 파멸할 것이라 경고하는 국가나 정당이 없다는 점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인구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들이 가장 호전적이며, 이들 국가의 신생아는 군인이 돼서 세계를 망가뜨릴 것이다. 전 세계가 이들 국가에게 인구 조절을 설득해야 한다.”

-다작이지만 매너리즘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결이 있나.

“아이들도 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내게 있어 좋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읽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그들을 놀라게 하려고 애써야지 거만하게 군림하려 들면 곤란하다. 작업하면서 더 겸손하고, 더 직접적이고, 더 단순하게 되려고 애쓴다. 그건 많은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4월 <우리 친구 지구인> 으로 장편 영화 감독 데뷔를 했다. 텍스트를 질료로 삼는 소설가와 영상을 다루는 감독을 병행하는 경험은 어떤가.

“영화와 소설 모두 이야기를 펼치는 작업이란 점에서 공통된다. 책은 독자에게 좀더 많은 상상력의 여지를 남겨주는 반면, 영화보다 관객을 덜 도취시킨다. 두 장르의 상호 작용은 매우 중요해서 내 소설과 영화 속에는 공통의 몽타주, 음악, 리듬이 들어있다.”

-<파피용> 에 앞서 베스트셀러 1위였던 <남한산성> 의 작가 김훈은 당신처럼 기자 생활을 거치며 독특한 문체를 일궜다. 당신의 기자 경력은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대학 졸업 후 시사주간지 과학 기자로 일했다. 여기서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자료 수집을 하는 자세를 익혔다. 나는 혼자 집에 갇혀 일하지 않는다. 현장에 직접 나가 취재하고, 전문가와 토론하면서 쓰고자 하는 것의 심층에 다가가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선 프랑스 작가의 작품 번역이 활발하지만 일부를 빼면 판매가 부진하다. 당신은 이들과 어떻게 다르기에 인기가 높은가.

“내가 쓰는 분야는 좀 특별하다. 프랑스 판 공상과학소설(SF)이랄까. 하지만 프랑스 출판업자들은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관련 작품이 많지 않다. 나는 SF에 철학적 요소를 가미해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다.”

-프랑스 문단을 강하게 비판하지만 프랑스인이란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국적에 만족한다. 하지만 프랑스인보다는 한 명의 세계 시민을 자처하는 입장이다. 사실 내게 국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프랑스 문단을 비판하는 이유는 출판사, 신문사 비평을 도맡으면서 좋은 책의 출현을 가로막는, 20명 가량의 ‘졸필 작가 모임’ 때문이다. 이들끼리 프랑스 문학상을 죄다 결정하지만 훌륭한 작품을 찾는 대중에겐 혐오감을 줄 뿐이다.”

-다작을 하는 만큼 규칙적 생활을 할 것 같다.

“7시30분에 일어나 8시30분에는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이나 바에서 소설 작업을 한다. 오후 1시엔 철학자나 과학자 친구들을 만나 토론한다. 오후엔 영화, 시나리오, 희곡 같은 다른 관심사에 시간을 할애한다. 여기에 2년 전 이혼해 독신이란 점까지만 밝히겠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타나토노트> 다. 시대를 앞서나간 탓에 프랑스에선 전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책이다. 내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이고 대담하며 독창적이다.”

-당신 작품은 발전하고 있나.

“글쎄. 90세쯤 돼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매번 같은 것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10월에 완간되는 ‘신(神) 3부작’은 인류사와 우주에 있어 인간의 위상을 이해하려는 기획으로 9년에 걸쳐 썼다. 한국에선 내년에 나온다. 다음엔 과학과 환상을 배제한 심리 소설을 쓸 것이고, 그 이후엔 희곡과 단편 소설을 쓸 계획이다. 항상 변신을 시도하면서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독자를 즐겁게 하려면 먼저 내가 권태로워선 안되니까.”

●소설 <파피용> 내용

구태에 젖은 조직과 사회에 환멸을 느끼던 항공우주국 과학자 이브는 세계 요트 챔피언 엘리자베트를 차로 치어 불구로 만든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브는 직장을 관두고 광자 추진 우주선 '파피용' 개발에 몰두한다. 불가능해 보이던 프로젝트는 괴짜 갑부 맥나마라의 전폭 지원으로 완성된다. 엘리자베트를 우주 항해사로 영입한 이브는 정치인, 군인, 목사를 빼고 심신이 건강한 14만4,000명을 탑승자로 선발, 신천지를 향해 출항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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