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실패는 치명적이다. 막대한 재산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여간해선 재기가 힘들다. 실패를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서 성공을 일군 창업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생생한 교훈을 배웠다”고 말한다.
김화순(47ㆍ여)씨는 두 번이나 창업에 실패했다. 실직한 남편과 함께 2000년 초 저축한 돈 7,000만원을 들여 경기 안양시 먹자골목에 닭갈비집을 열었다. 하지만 손님들과 자주 다투던 남편이 6개월 만에 일에서 손을 떼자 장사 경험도 없던 김씨가 혼자 점포를 운영해야 했다.
겨우 유지되던 가게는 찜닭 열풍이 불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권리금(1,800만원)도 받지 못하고 3년 만에 쫓겨났다. 김씨는 “점포를 구할 때는 건물주의 재정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장사를 오래 할 수 있는 점포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3년 8,000만원을 들여 시작한 세계맥주전문점 역시 2년 만에 접어야 했다. 무턱대고 유행을 따라간 게 잘못이었다. 그는 “찜닭 때문에 망한 터라 당시 인기를 끌던 세계맥주 아이템을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택한 게 실수였다”고 털어 놓았다. 조그만 회사에 다니는 남편의 수입으론 커가는 아이들의 교육비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장사가 잘되는 바비큐치킨전문점을 발견했다. 주변에선 말렸지만 그는 이번엔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했다. 6개월 동안 3개 브랜드의 바비큐치킨전문점 60곳을 직접 찾아 다니며 맛과 서비스, 인테리어 등을 비교했다. 그 중 탁월한 맛과 독특한 인테리어가 돋보인 숯불 바비큐치킨ㆍ호프전문점 ‘훌랄라’(hoolala.co.kr)를 택했다.
실패가 준 교훈을 되새기며 점포 입지와 서비스 전략 등을 치밀하게 짰다. 결국 2005년 경기 안양시 호계2동의 주택가 상권에 훌랄라로 창업한 뒤 매달 1,3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제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져 나이 드는 줄도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주부 박옥선(54ㆍ여)씨 역시 아무런 준비 없이 창업을 했다가 고생 끝에 안정을 찾았다. 그는 2000년 9월 자신 소유의 15평 점포에 세 들어 있던 정육점이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으나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자 박씨가 직접 정육점을 시작했다. 죽은 점포를 장사 초보가 맡았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1년 동안 적자만 5,000만원이 넘었다.
박씨는 오기가 생겼다.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정보도 취합해보니 품질로 승부해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농협목우촌에 가맹하고 무조건 ‘1+’ 이상의 고급 등급만 취급했다. 주변에 “고기가 좋은 집”으로 입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박씨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육점뿐 아니라 식당까지 겸하는 ‘목우촌 웰빙마을’(moguchon.co.kr)로 리모델링 해 ‘정육점 가격에 고급 한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현재 박씨 점포의 월 평균 매출은 6,000만원(순이익 1,800만원)이다. 그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덕”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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