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자키 준이치로 / 눌와"일본의 로렌스" 어두움 속의 美
1965년 7월 30일 일본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가 79세로 사망했다. 3년 후, <설국> 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설국>
두 작가의 작품을 서구에 소개한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는 다니자키가 1968년까지 살아 있었다면 노벨문학상은 그가 받았을지도 모른다며 다니자키 없는 일본 근대문학은 '꽃 없는 정원'이라고 했다.
그는 그만큼 중요한 작가였다. 영국 신문 타임즈는 그의 사망에 "성과 결혼 문제를 다룬 소설을 118편이나 발표해 '동양의 D H 로렌스'로 불린다"는 부고 기사를 실었다.
타임즈의 보도처럼 다니자키 문학은 여체, 관능, 변태 같은 단어로 요약됐고 그는 종종 탐미주의 혹은 악마주의 작가로 불렸다. 잘 알려진 <치인(痴人)의 사랑> 이나 <후미코의 발> 등은 그 계열의 대표작이다. 후미코의> 치인(痴人)의>
<그늘에 대하여> 는 다니자키의 소설과 달리 국내에 비교적 덜 소개됐던 그의 산문집이다. 표제작과 '게으름을 말한다' '연애와 색정' '뒷간' 등 흥미로운 주제의 산문 6편이 실려있다. 그늘에>
산문이라는 형식에 그는 한층 세심하고 유려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아름다운 문장을 위해 하루에 원고지 3~4매 이상은 쓰지 못했다는 다니자키 글의 진수이기도 한 셈이다.
'그늘'은 일본적인 미를 설명하려는 그의 개념이다. 그늘인 듯한데 그늘도 아니고 그림자인 듯한데 그림자도 아닌 거무스럼한 어떤 모습. '연애와 색정'에서는 '색기(色氣)'를 이렇게 풀이한다.
"방종하여 노골적인 것보다도, 내부로 억제된 애정을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아서, 때로 무의식적으로 말씨나 몸짓 끝에 드러나는 것이 한층 남자의 마음을 이끈다. 색기라는 것은 대개 그런 애정의 뉘앙스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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