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리는 음파를 갖고 있다. 내 작업은, 말하자면, 그 음파들을 찾아내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휴대폰 연주자'로 소개돼 주목 받았던 재미동포 아티스트 보라 윤(27ㆍ여)이 26일 저녁 뉴욕 최고의 재즈 공연장인 '재즈 앳 링컨센터'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이날 '콘서트' 무대에 올려진 주요 '악기'는 몇 대의 휴대폰과 우리나라 놋대접처럼 생긴 그릇(티벳 노래용기), 자전거 바퀴, 물 등이었다.
짙은 청보라 드레스에 맨발로 무대에 오른 윤은 이들 '악기'를 이용해 대표적인 휴대폰 연주곡 '플링코: 휴대폰 교향곡(Plinko: a Cellphone Symphony)'을 비롯해 8곡 이상을 연주했다.
'플링코'는 뮤직박스를 통해 증폭시킨 휴대폰 키패드음을 이용해 표현된 극도로 단순하고 긴장감 있는 기본동기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기본동기가 점진적으로 보다 복잡한 화성으로 변주ㆍ확장되면서 손뼉과 전자바이올린, 호흡, 허밍음이 곁들여져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뤄가는 4분10초의 연주곡이다.
윤은 이날 휴대폰 키패드음 외에 놋주발에 부어지는 물소리, 놋주발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소리, 자동차 소음, 자전거 휠의 마찰음과 허밍을 조화시킨 또 다른 실험적 연주곡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의 연주 속에서 '소음'들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음'들은 긴장을 유발하면서 전통적 악기들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모종의 '절실한 음'의 세계를 드러내려 애쓰는 것 같았다. 그 '절실한 음'들은 묘하게도 영적인 분위기와 함께 잊혀진 향수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윤의 재주가 단순히 기발한 실험에 그치는 건 아닌 것 같다. 윤이 이날 서늘한 목관악기 같은 보이스칼라로 노래한 '몰튼 라바(Molten Lavaㆍ흐르는 용암)' 등 2곡은 놀랍도록 깊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통해 도달할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11회 빌보드 재즈 작곡상을 수상하기도 한 윤은 홈페이지(www.borayoon.com)에서 자신을 작곡가, 행위예술가, 변형악기연주자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후원한 이날 공연을 마친 후 윤은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음악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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