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자동차를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시킨 ‘칸반’ 생산 방식이 일본 니가타현 지진으로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18일 발생한 일본 니가타 지진으로 부품업체인 리켄사의 가동이 중단되자 도요타 등 일본의 12개 완성차업체는 물론 변속기와 엔진 등 주요 부품 생산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한 순간 올 스톱됐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19일부터 24일까지 생산이 중단돼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 중 사상 최대 규모인 12만여 대의 생산차질이 생겼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라인이 멈춰선 가장 큰 이유는 도요타가 자랑하는 이른바 칸반 생산방식 때문. 칸반 생산방식은 기존의 대량 생산방식과 달리 과다한 부품 재고를 없애고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원가를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것이다.
도요타가 도입한 이 생산방식을 혼다, 닛산, 마쯔다 등의 다른 업체들도 받아들였고 ‘일본 자동차 산업 올 스톱’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칸반 생산방식의 핵심은 ‘JIT(Just In Time)’이다. JIT는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양만큼 생산한다는 것으로, 업체들은 대략 1주일치 정도의 부품 재고만 확보해 놓고 있으며 부품발주도 가급적 단일 공장에만 한다. 부품 재고량과 물류비용을 줄임으로써 전체 생산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처럼 예기치 못한 사태로 한 부품업체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같은 공급선의 모든 업체들이 조업을 일제히 중단해야 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났다.
도요타는 엔진관련 부품에 들어가는 피스톤 링을 일본 전체의 50% 가량 생산하고 있는 리켄사 카시와자키 공장의 가동이 멈추면서 리켄사에 단독 발주한 부품을 사용하는 프리우스와 위트 등 일본 내 12개 공장의 총 14개 차종 생산을 중단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도요타의 JIT방식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리켄사는 2008년 내로 일본 외에 중국과 미국 공장에서도 같은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며, 도요타 등 자동차 메이커의 완성차 공장 근처에 재고창고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