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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립영화 대표주자 지아장커 감독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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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립영화 대표주자 지아장커 감독 내한

입력
2007.07.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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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립영화의 대표주자 지아장커(賈樟柯ㆍ37) 감독이 서울에서 진행 중인 자신의 특별전을 맞아 방한했다. 감독은 28일 ‘지아장커 스페셜’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 필름포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속 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되고 파편화된 소시민들의 이야기”라고 자신의 작품들을 설명했다.

“싼샤(三峽) 댐 건설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람의 터전을 떠나야 했고, 7,8개의 도시가 사라졌어요. 도시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도 해체되고 있어요. 너무도 빠른 속도로.” 데뷔작 <소무> 부터 그의 시선은, 일관되게 현대화의 광풍 속에 사라지는 것들을 향해 있다.

이 시선은 세계 최대의 댐 공사인 싼샤공정(三峽工程)에 멎어, 최근작 <동> 과 <스틸라이프> 를 낳았다. “2,000년 된 도시가 2년 만에 사라지고 있다고. 미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거야.” <스틸라이프> 속 수몰민들의 이 대사에, 감독의 안타까운 절규가 겹쳐진다. 이 영화는 감독에게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중국에서 점점 ‘현실’을 얘기하는 작가들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더 (현실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감독은 최근 중국영화의 경향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첸카이커(陳凱歌), 장이머우(張藝謀) 등 중국영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선배들이 상업영화로 전환, 판타지에 가까운 사극만 만들어 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심의를 쉽게 통과하기 위해, 또는 해외에서 팔리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두들 사극만 찍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런 영화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지하전영(地下電映)’이라고 불리는, 중국적 인디영화의 정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감독의 뜻이 얼마나 반향을 불러 올 수 있을까. 그는 지극히 개인화, 자본주의화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에 종종 울분을 토해 왔다.

“<스틸라이프> 의 DVD가 60만장 정도 팔렸어요. 인터넷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요. 이 영화를 보고 싼샤로 여행을 가는 젊은이들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세계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 상영관을 찾기 힘든 그이지만, 3,4년 전에 비해서 그의 목소리는 분명히 희망적이었다.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UFO 등 초현실적 이미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변화 속에서, UFO의 등장도 그다지 비현실적이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며 “모두들 행복을 쫓아 정신없이 달려가지만, 그 행복은 UFO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영화의 호흡이 매우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생활이 너무 빨라지고 있다. 생활의 과정을 보여 줄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린다. 원래 그대로의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로우예(婁燁ㆍ42) 등과 함께 6세대 감독으로 분류되는 지아장커는 <임소요> <플랫폼> <소무> 등, 화려한 성장의 외피에 가려진 중국인들의 아픈 내면을 영화에 담아 왔다. 그의 영화는 중국 정부의 개발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 때문에 2004년까지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되는 지아장커 스페셜에서는 싼샤댐을 다룬 다큐멘터리 <동> 과 극영화 <스틸라이프> , 세계화 흐름 속에 중국 민중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낸 <세계> 등 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자세한 정보는 필름포럼 홈페이지(www.filmforum.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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