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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400권 읽은 6학년 명은이네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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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400권 읽은 6학년 명은이네 들여다보니

입력
2007.07.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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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은(13ㆍ서울 개운초 6)양이 최근 1년간 읽은 책은 400여권이다. 하루에 한 권 이상 읽었다는 얘기다.

학교 내 다독(多讀)상을 받은 것은 물론 한 독서교육업체가 주관한 전국 독서왕 선발대회에서도 2등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독서광이다. 그러나 심양이 이처럼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어머니 강영옥(43)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강씨는 지난해 봄 거실에서 TV를 아예 치워 버렸다. 대신 책장을 여러 개 더 놓았다. 앞뒤로 책을 빽빽이 꽂아 놓았다. “책을 제대로, 많이 읽는 법만 가르쳐 줘도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어렵게 실천한 것이다.

끊어버린 건 또 있다. 바로 학원이다. 여기저기 학원에 다니는 시간이 심양의 독서 시간을 잡아 먹는다는 이유에서다.

어머니 강씨는 “조기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보다 자기 미래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사교육 대신 독서를 택한 심양은 여러 곳의 학원ㆍ과외를 받는 아이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학교 성적을 받아 왔다.

시험 점수로 따지면 평균 96점 이상이었다. 심양은 “가끔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문제가 1, 2개 나올 때가 있는데 그 동안 읽은 책에서 우연히 알게 된 내용을 적어 혼자만 답을 맞힌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강씨는 심양이 독서를 통해 세상을 스스로 알고, 판단하는 아이로 커 나가는 것이 소망이다.

그러면서도 강씨는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 욕심대로 쉴새 없는 ‘학원 강행군’으로 어린 시절을 꿈도 낭만도 없이 보내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독서를 꾸준히 실천하는 데 바탕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자녀가 부모 자신을 믿고 따르길 원한다면 무엇보다 실천이 우선이다. 강씨는 기본적으로 부모가 먼저 노력하면 아이는 그 뒤를 따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기 위해 그는 지난해 직접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이전에는 자식들에게 책을 보게 하려고 잔소리도 하고 붙잡아 앉혀놓기도 했지만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씨는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읽기를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책에 푹 빠져 사는 모습을 그리기 마련이다. 강씨는 자신의 경험을 되돌리면서 아 보며 ‘책읽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했다.

우선 유아기 때는 엄마가 직접 동화책을 매일 읽어주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녀가 책 읽을 나이가 되면 눈에 띄는 곳에 책장과 책을 배치해 언제라도 손을 뻗어 책을 집을 수 있도록 한다.

자녀 손을 잡고 직접 도서관을 찾아가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방법도 알려 준다. 강씨가 주로 이용한 도서관은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이었다.

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심양은 성취욕이 강한 편이고 어떤 일에 대해 보상이 있을 경우 더욱 열심히 해 내는 스타일이다.

읽기로 약속한 책을 정해 놓은 기한 내에 읽고,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확인되면 평소 심양이 갖고 싶었던 예쁜 학용품이나 액세서리 등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지금은 물론 보상이 따로 없어도 알아서 독서를 즐기는 아이가 됐다.

심양과 강씨는 같은 책을 동시에 읽고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책에 대해 함께 토론을 한다. 아이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고, 아이가 물었을 때 엄마의 의견을 잘 말해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또한 글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학습이 된다는 게 강씨의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할 여건이 안 될 때는 독서기록장에 ‘한 줄 느낌’을 적게 했다. 독후감을 쓰는 것이 좋긴 하지만 모든 책을 그런 식으로 정리하기란 매우 어렵기 마련이다.

심양은 “친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모모를 보며, 친구를 위한 배려심을 느꼈다”며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다.

● 엄마 강영옥씨가 권하는 독서 지도법

1.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대화

확인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2. 한 줄 독서 감상문

책을 읽으면서 생긴 감동은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록은 필요하다.

3. 그림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연계

책을 읽고 난 뒤, 기억에 남는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꼭 필요한 것은 부모의 의지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도 학년이올라갈수록 성적중심의 공부에아이를 내몰고있다.

5. 대화의 생활화

아이와의 대화는아이의 읽기 능력을 완성시켜 주는과정이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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