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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독한 야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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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독한 야만의 시대

입력
2007.07.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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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을 떨쳤던 일본의 자살특공대 '가미가제(神風)'를 다룬 영화'독코(特攻ㆍTOKKO)'가 21일 일본에서 개봉돼 화제다.

뉴욕 출생의 일본계 미국인 리사 모리모토가 감독한 이 영화는 4명의 생존 가미가제 특공대원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자살공격 도중 비행기 고장을 이유로 기수를 돌리는 등 생사의 기로에서 '살기'를 선택한 이들은 60여년 만에 세상을 향해 "죽음이 두려웠다""죽고 싶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 가미가제를 새롭게 본다지만

"가미가제의 공격은 죽는 것처럼 무서웠다.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우는데, 저쪽은 죽기 위해 돌진해 왔다"고 회상한 당시 미국 병사의 육성도 담는 등 영화는 자살공격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힘없는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 붙인 광적인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영화 전체에 스며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의 이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 동안의 일본 자살특공대 관련 영화들과는 관점과 입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5월 개봉됐던 영화 '나는 너를 위해 죽으러 간다'는 좋은 예이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총제작과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름다운 청춘들의 죽음'을 그리며 가미가제식 자살 공격을 미화하고 예찬했다.

눈 여겨 볼 점은 최근 일본사회가 가미가제에 대한 세상의 평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9ㆍ11 사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당시 일부 서방 언론들은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알 카에다의 비행기에 의한 테러공격을 각각 '가미가제'와 '제2의 진주만 기습'이라고 묘사해 일본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일본의 보수ㆍ우익세력들은 "비합법적인 범죄자 집단의 테러와 정규 일본군의 특공작전은 다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록 일본이 패배했지만 특공대원들의 애국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우익성향의 이시하라 도지사가 앞장서서 가미가제 영화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감상을 독려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가미가제의 자살공격과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자살폭탄테러와의 차이가 분명치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나라와 동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것은 고귀한 희생이지만, 특정한 종교나 이데올로기, 병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행된 자살공격은 개죽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야만의 다른 모습 '아프간인질'

1호 가미가제 특공대원으로 전후 일본에서 군신(軍神) 대접을 받고 있는 세키 쓰라오(關行男)가 출격 직전 해군 보도반원에게 남긴 자조적인 말은 세상 사람들의 판단에 일리가 있음을 웅변해준다.

"육탄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나는 적의 항공모함에 폭탄 500㎏을 명중시킬 수 있다. 일본도 끝이다, 나와 같은 우수한 비행사를 죽이다니. 나는 천황폐하를 위해서라든가, 일본 제국을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아내를 위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죽는다."

일본 군국주의의 최악의 발명품인 가미가제 특공대에 드물게 인간적인 연민을 베푼 새 영화 '독코'를 보면서 왠지 이슬람 무장세력의 끔찍한 자살폭탄테러가 떠올랐고, 지금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인질로 잡혀 있는 죄없는 동포들을 생각했다. 어제나 오늘이나 우리는 지독한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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