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뒤에 닥쳐올 미래의 충격에 대비하라.”
올해 상반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포츠 외교로 분주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현장 방문을 신호탄으로 경영활동에 복귀했다.
삼성은 이 회장이 27일 삼성전자의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사내 행사인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둘러보고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2010년이 되면 지금 예측하기 힘들만큼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부터 디자인, 마케팅, 연구개발(R&D) 등 모든 분야에서 ‘창조경영’으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위기라고 이야기한 것은 지금 당장 힘든 게 아니라 4~5년 뒤 밀려올 큰 변화를 의미한다”며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한국 경제나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부진을 지나친 비관론이나 위기론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도약의 기회로 삼으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위기론의 불씨를 잡기 위해 강조한 창조경영은 기획 단계부터 마케팅과 연구개발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창조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최근 이뤄진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도 미래 충격에 대비한 창조경영의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의에는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이기태 부회장, 황창규 최지성 박종우 임형규 권오현 사장과 김순택 삼성SDI 사장,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이석재 삼성코닝 사장, 김인 삼성SDS 사장, 신만용 삼성테크윈 부사장과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사장단과 함께 수원사업장 내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4시간 동안 참관하며 해외 기업 제품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전시회는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선진 기업들의 월드베스트 제품과 기술력을 한 눈에 살펴보기 위해 시작한 행사다. 이번 전시회는 ‘초일류를 향한 창조적 혁신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16~27일까지 열렸으며 삼성을 비롯해 소니, 파나소닉, 샤프, GE, 노키아, 애플 등 선진 기업들의 566개 제품이 전시됐다.
이 회장은 전시장을 둘러보고 “삼성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금형, 이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최종 마무리 등에서 뒤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선진 기업이라는 등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망망대해를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이 과거에는 선진 기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참고했으나 이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삼성 스스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창조해야 한다는 뜻으로, 창조경영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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