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분이 깊었던 고(故) 최태민 목사의 비리 의혹을 담은 ‘최태민 보고서’가 지난달 말 이해찬 전 총리의 홈페이지 뿐 아니라 범여권의 다른 국회의원 홈페이지 4곳에도 동시에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보고서가 범여권 의원 홈페이지에 집중적으로 게시된 점을 중시, 조직적 유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유출 경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최태민 보고서가 이 전 총리 홈페이지에 게시된 6월 27일 열린우리당 소속 김혁규 김현미 박영선 정청래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함께 게시됐다. 이 전 총리 측은 문제의 보고서가 게시된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삭제했지만, 이들 의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고서는 아직 삭제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인)은 이와 관련, 보고서 유포 과정에 국가정보원 4급 직원 박모씨가 개입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특히 박씨가 최태민 보고서를 보도한 월간 ‘신동아’ 기자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 박씨가 보고서를 신동아 측에 넘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유포된 보고서가 과거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수사 보고서인지 여부, 위ㆍ변조 가능성 등도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의원 홈페이지와 신동아의 보고서는 최씨 나이를 각각 76세와 67세로 달리 쓰고 있어 작성 시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보고서를 보도한 신동아 기자 2명의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기 위해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 내 전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기자들이 “언론 보도 과정을 캐내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은 법의 허울을 쓴 언론 탄압”이라고 반발해 무산됐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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