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이슬람 전문가인 황의갑 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를 27일 현지로 급파했다. “애초 협상단을 구성할 때부터 당연히 민간 전문가도 포함시켜야 했다”는 국내 이슬람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던 터여서 정부 조치는 뒤늦긴 했지만 그나마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정부는 ‘전문가 없는 협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사태 초기 정부와 언론이 난무하는 외신 보도에만 의존한 채 허둥대는 모습은 기자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만한 수준이었다. 피랍자 인원수, 남녀 비율 등에 대한 혼선이 이어지면서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됐지만 정부는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특히 “8명 우선 석방” 소식이 “인질 1명 살해” “석방 사실 없다”는 쪽으로 급반전했던 25일 밤에도 정부는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정보력의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급기야 대통령 특사로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까지 현지에 파견됐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무엇보다 이슬람권의 문화와 관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채널이 협상단 내에 전무한 탓이다. “통역 없이는 어떤 대화도 못하는 상황에서 직접 협상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한 이슬람권 전문가의 지적은 우리 정부의 약점을 제대로 꼬집은 말이다.
협상단에 합류하는 황 교수는 한국이슬람중앙회 사무총장 출신으로, 이슬람 지도자와 이슬람 단체 등에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슬람을 이해하는 인물이 합류한 만큼 종전보다 효과적인 협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뒤늦은 파견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정우 사회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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