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대부분이 거쳐가는 수술실. 특히 위암은 다른 장기로 암이 퍼져 수술을 할 수 없는 3B기와 4기 환자를 제외한 70%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
최근 들어서는 내시경 장비가 좋아져 암 덩어리가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고 위벽에만 있는 경우 배를 열지 않고도 내시경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며 수술하는 것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장 직접적인 치료가 이뤄지며,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 위암 개복수술이 진행되는 국립암센터 수술실을 찾아가 봤다.
수술대 위에 한 남자가 실려 들어온다. 마취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심박동계를 비롯해 갖가지 장비가 붙는다. 목 아래로 커튼이 쳐지고, 환자의 몸 위에 수술포가 덮혀졌다. 준비는 끝났다.
57세 남자 환자의 위암 수술을 맡은 집도의는 김영우 위암센터장. 10여년의 수술 경력이지만 조기위암이라고 소홀히 하지 않는다. 수술실 한 켠에 놓여진 모니터를 통해 내시경 영상을 꼼꼼히 재확인한 후 김 센터장은 “조기암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위 상부에 암이 있기 때문에 전이가 됐다면 위 전체를 들어내야 할 지 모릅니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라며 수술을 도울 스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수술실 간호사가 환자의 혈압, 맥박, 의식 유무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김 센터장이 환자의 배를 가른다. 전기소작기가 살을 지져 가르기 때문에 흐르는 피도 거의 없다. 다만 흰 연기와 살 타는 냄새만 날 뿐이다.
소작기가 수 차례 지나간 후 네 개의 손이 배를 연다. 명치부터 배꼽 위까지 15㎝ 가량을 절개했지만 피하지방이 두꺼워 시야 확보가 어렵다. 집도의는 배꼽 밑까지 5㎝ 이상을 더 열었다. 이윽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열려진 배를 고정하는 판이 설치됐다. 환자의 열린 배 안쪽으로 간과 대장이 보인다. 김 센터장은 손을 넣어 조심스럽게 위에 연결된 혈관 다발을 찾아 몸 밖으로 꺼낸다.
위암이 벽에만 있다면 암 덩어리만 들어내면 되겠지만 위의 근육층까지 침범한 경우가 많아 위암 수술은 대부분 위를 잘라내는 방법을 쓴다. 오늘 수술은 아래쪽으로는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된 부위를, 위쪽으로는 암이 발견된 부분에서 2㎝ 위쪽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이렇게 제거되는 위는 전체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위를 잘라낸 후 남은 위는 소장과 바로 이어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잘라낼 위에 붙어 있는 혈관을 모조리 제거하는 것. 혈관과 함께 붙어 있는 지방 덩어리를 전기소작기로 지지다가 큰 혈관이 나오면 클립으로 혈관을 막고 초음파 절단기로 자른다.
거의 20㎝에 걸쳐 연결된 지방 덩어리와 그 속에 숨은 혈관을 자르는 일은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듯 조금씩 진행된다. 암 세포가 퍼져 있을지도 모르는 림프절을 다치게 했다가는 환자의 뱃속에 암 세포가 볍씨 파종하듯 퍼질 수도 있는 일.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1시간여에 걸쳐 혈관을 제거한 후 위가 잘려져 나갔다. 김 센터장은 소장의 한 부분을 찾아 구멍을 뚫고 얼마 남지 않은 위와 연결했다. 환자의 배 속에 식염수를 채우고 흡입기로 빨아내길 수 차례 반복한 후 수술 부위를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혹시라도 출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것도 모자란 듯 지혈제와 상처가 빨리 아물게 하는 약을 바른 후 열려진 배를 꿰맨다.
수술을 끝났지만 집도의의 일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조금 전 환자의 몸에서 떼낸 위의 조직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잘라낸 위에서 림프절을 추출해 검사실로 보낸다. 만약 암이 림프절까지 번졌다면 환자의 배를 다시 열고 남아 있는 위까지 들어내야 한다. 환자의 배가 거의 닫힐 무렵, 인터폰이 왔다. 다행히 암이 림프절까지 번지지는 않았다는 보고다.
인공호흡기와 수술포가 제거된 후 간호사가 환자를 깨운다. 이제까지 스스로 숨쉬기도 힘들었던 환자는 ‘이제 살았다’는 듯 깊은 호흡을 신음과 함께 뱉어낸다. 불과 몇분 전까지만 해도 뱃속을 드러낸 채 살아있는 것 같지 않던 육체가 스스로 숨쉬고, 소리를 낸다는 것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위의 4분의 3이 없어진 환자는 이제 새 삶을 찾았다. 김영우 센터장은 “수술을 받은 환자는 위가 작아 많이 먹을 수 없을 뿐더러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실 문을 나섰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암을 말한다/ 암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1>
암을 일으키는 원인을 알면 예방이 가능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예방에 좋은 것을 마치 치료효과가 있는 것인 양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예방과 치료는 분명 다른 것. 금연한다고 폐암을 치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글에서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암 예방법’을 알아본다.
암이 발생하는 모습을 곰곰이 살펴보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하나는 지역에 따라 같은 암이라도 발생률이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0세 이전에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다가 나이가 많아지면서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남성 암 환자의 80% 이상이 50세 이후였다. 지역에 따라, 나이에 비례해 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은 암 발병원인을 알아보는데 중요한 단서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암 발병 위험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암 발병 원인에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이 경과해야 실제 암으로 발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컨대, 암은 원인노출에서부터 발병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질병이며, 그 주요한 발병원인은 개인의 생활습관, 환경과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암 예방법은 바로 개인의 생활습관과 환경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암은 매우 길고, 복잡한 경로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원인을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그나마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선정한 인체 발암물질 리스트가 있어 무엇이 암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 리용에 본부를 둔 국제암연구소는 2004년 말까지 900종의 물질을 검사해 제1군(확실한 발암물질), 제2A군(가능성이 높은 발암물질), 제2B군(가능성이 있는 발암물질), 제3군(발암성이 불확실한 것), 그리고 제4군(발암성이 없는 것)으로 구분했다. 가장 위험한 제1군은 95종, 그 다음 제2A군은 66종 등 161종이나 되지만 다행히 일반인들이 평상시 쉽게 마주칠 수 없는 특수한 환경물질이 대부분이다. 벤조피렌 같은 단일물질도 있고, 여러 가지가 섞인 혼합물도 있다. 물질뿐 아니라 특정 행위와 과거의 경험도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3대 요인은 흡연(전체 암 발생의 15~30%를 차지), 식생활 요인(30%), 그리고 만성 감염증(10~25%)이다. 그 외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직업적 요인(5%), 유전적 요인(5%), 음주요인(3%), 환경오염(3%), 그리고 방사선 노출(3%) 등이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흡연과 식생활 요인이다. 금연해야 건강해진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것이므로 다음 회에는 식생활을 중점적으로 논할 계획이다.
안윤옥 대한암협회 회장(서울의대 교수)
■ 암 이것이 궁금해요/ 규칙적 복용이 오히려 효과적
Q: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로 투병중이십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진통제를 사용하는데, 자주 사용하면 습관성이 생기거나 중독이 되나요?
A: 암 환자의 통증치료에 있어서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통증이 있을 때만 약을 복용한다?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통증은 심할 때보다 약할 때 조절하기가 쉽기 때문에 처방받은 진통제를 규칙적으로 제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통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진통제에 습관성이 생기거나 중독될 수 있다?
암 환자의 통증조절을 위해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습관성이 되거나 중독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다른 치료방법으로 통증이 줄어들면 약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규칙적인 약 복용이 통증조절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미리 사용하면 나중에 쓸 약이 없다?
마약성 진통제는 천정효과(아무리 많이 투여해도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가 없어서 통증이 심해지더라도 용량을 늘리면 효과가 지속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랫동안 약을 사용하면 약효가 줄어들어 용량을 늘려야 한다?
진통제를 오래 사용하는 경우 진통제에 몸이 익숙해져서 효과가 줄어드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내성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경우는 진통제에 내성이 생겨서라기보다 대부분 암이 악화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의 국가암정보센터(1577-8899)
공동기획 : 국립암센터 후원 : 보건복지부·삼성생명^대한생명·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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