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석방이냐 구출 작전이냐’
한국인 인질 억류 10일째를 맞은 28일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측이 모두 협상 실패시 초강경 대응을 거론해 사태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아프간정부 협상단과 탈레반 무장세력은 29일 백종천 한국정부 특사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탈레반측은 이 협상마저 실패로 돌아가면 인질 22명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최후통첩’을 전했고, 무니르 만갈 아프간 내무차관도 원만한 해결방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군사작전에 돌입할 가능성을 거론해 인질 사태가 최대의 고비를 맞는 정황이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들을 살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만갈 아프간 내무차관도 “탈레반측과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만약 대화가 실패로 돌아가면 다른 수단에 의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그는 ‘다른 수단’은 ‘무력 사용’을 뜻한다고 확인했다.
일본 NHK 방송도 아프간 정부 당국자가 29일 “인질 구출작전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전문 특수부대를 현지에 파견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수부대는 모두 720명 이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올해 들어 탈레반에 의한 외국인 납치가 빈발하자 아프간 주둔 미군의 지도로 인질구출 전문 훈련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죄수들의 석방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분명히 하면서 무력진압 카드를 내세우는 것은 탈레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분석했다.
탈레반은 이 같은 인질 구출작전이 감행될 것에 대비해 수일 전부터 한국인 피랍자 22명을 2~3명씩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디는 29일 피랍자들을 3개의 주(州)에 분산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구출작전이 감행된다 하더라도 속전속결로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앞서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에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는 모험을 감행한다면 인질 처형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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