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29일 오후(한국시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만나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탈레반 수감자 석방문제를 논의, 피랍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백 특사는 아프간 정부의 유연한 대응 등을 요청하는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백 특사와의 면담 후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의 품위에 수치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일 내 인질이 석방되는 것을 포함해 상황이 다시 급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백 특사는 카르자이 대통령을 50분간 면담했고, 양측은 피랍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면담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밤 백 특사의 면담 내용을 토대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탈레반 무장단체는 이날 30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현지시각 정오)를 인질석방을 위한 새로운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무장단체는 이때까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죄수의 석방에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 인질 가운데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아프간 정부는 여성 인질들의 우선 석방을 요구했으나, 무장단체는 탈레반 수감자 23명을 8명씩 두, 세 차례 나눠 맞교환 하자고 고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협상단의 마흐무드 가일라니 가즈니 주의회 의원은 AFP통신에 “여성을 해칠 수 없도록 규정된 이슬람 법에 따라 여성인질 16명에 대한 석방이 최우선 교섭의제”라고 말했다.
일본 NHK방송은 아프간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 “인질 구출작전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전문 특수부대를 현지에 파견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군사작전을 통한 사태해결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탈레반 측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협상이 실패하거나 구출작전이 시작되면 한국인 22명을 살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미 뉴스위크가 전했다. 탈레반 측은 군사 작전에 대비, 인질 22명을 2, 3명 씩 나누어 감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내달 5, 6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휴양지인 메릴랜드 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만약 이때까지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태가 해결이 안될 경우 두 정상의 만남이 사태 해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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