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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성장동력/ 기업들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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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성장동력/ 기업들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라"

입력
2007.07.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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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몇 년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체질 개선, 이어 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 호황에 힘입은 수출 호조로 그 동안은 괜찮았는데,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고위 임원의 고백이다. 주가 2,000포인트 시대가 열리고, 수출이 올해 3,5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경제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아니 ‘전례 없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다, 안팎의 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3~5년 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모른다는 걱정이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다. 통계를 들여다보면 과장이나 엄살이 아님이 분명해진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의 ‘중국 산업기술 경쟁력 분석’ 자료(2005/2006년)에 따르면 의류 등 소비재는 물론이고 MP3 등 일부 디지털가전 부분까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3년 후인 2010년에는 추월 분야가 이동통신 장비, LCD와 PDP 등 디지털 TV,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제품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일본 기업들의 행보도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히타치, 마쓰시타, 도시바 등 9대 전자 업체들이 디지털 TV와 반도체 등에서 한국 기업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 쏟아 부은 설비투자 규모가 3조엔을 넘어섰다. 엔저로 날개를 단 일본 수출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한국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협공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신성장동력 발굴이다. 사실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한 순간이다. 한때 가전시장의 트렌드 리더였던 소니는 2000년대 들어 디지털 가전으로의 전환에 실패, 삼성전자 등에 덜미를 잡혔다. 자체 기술력을 과신한 나머지, 브라운관 이후 TV 기술의 주요 흐름이 LCD와 PDP였는데도 2000년대 초반까지 기술적으로 한참 앞서간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개발에만 매달린 탓이다.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포드자동차도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2004년부터 유가 급등으로 소비자의 선호가 소형차로 옮겨갔는데도, 대형차를 고집하며 중ㆍ소형차 시장 진출 노력을 등한시해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차가 ‘제2의 소니’, ‘제2의 포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더욱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성장 정체론’에 걸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는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메이커에 밀려 급격히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글로벌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긴박한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 신성장 모멘텀 발굴은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노키아와 애플의 전략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노키아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종이 펄프 등을 제조하다가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유망업종에 ‘올인’ 한 끝에 단숨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말 그대로 새로운 묘목을 심어 신수종사업을 발굴한 것이다. 애플은 MP3라는 기존 사업영역에서 ‘아이팟’이라는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아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냈다. 기존 영역에서 질적 전환을 이뤄 블루오션을 개척한 셈이다. 한국의 경우 기업 상황에 따라 두 지 방식을 적절히 병행하거나 택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먼저 에너지, 헬스케어, 환경 등 미래의 성장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분야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노키아식으로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 업종에 대한 본격 투자와 함께, 자사의 장점 분야와 이들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승부수를 던지라는 것이다. 반도체, LCD, 철강, 조선 등 한국이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있는 영역에서는 애플식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때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던 국내 조선업이 육상건조ㆍ블록 건조 등 신공법 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을 제패한 것은 애플식 신성장동력 발굴의 좋은 본보기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맹추격이 예상되는 업종의 경우 버릴 것과 살릴 것을 명확히 해 강점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컨버전스(융합)시대의 추세에 발맞춰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 분야를 최대한 활용, 제품ㆍ서비스와 IT의 결합, IT와 BT(바이오 기술) 결합 ?융합기술 부분을 선점해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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