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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피랍자들 깨끗한 물 못마셔 세균성 이질 앓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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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피랍자들 깨끗한 물 못마셔 세균성 이질 앓고 있는 듯"

입력
2007.07.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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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과의 인질 협상이 시간을 끌수록 피랍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돼 가족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임현주(32ㆍ여)씨에 이어 유정화(39ㆍ여)씨가 29일 로이터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렵고 모두 아프다”고 말하고, 탈레반 측도 “17명이 아프며 일부는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밝혀 피랍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가 한계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측이 제공한 의약품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체력적 한계 도달

외신들은 앞 다퉈 피랍자들의 건강 이상 징후를 전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28일 아프간 당국자의 말을 인용, “탈레반 측이 ‘여성 2명이 병세가 깊고, 일부 사람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울부짖고 있다’고 했으며, 이는 현지 기후와 음식이 피랍자들의 몸에 맞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도 이날“인질 중 17명이 아픈 상태”라며 “일부는 심리적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피랍자들의 육성과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볼 때 피랍자 중 일부는 심각한 신체 질환과 심리 이상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등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온 구호단체 회원들은 “체력적으로 며칠 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의 한 선교사는 “피랍자들이 억류된 카라바그 지역은 해발 1,500m를 넘는 사막지대로, 식수가 제일 걱정”이라며 “한국인들은 체질적으로 한 번 이상은 이질에 걸린다”고 말했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내과)는 “피랍자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설사와 고열 등 세균성 이질 증상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지병이 있는 피랍자들에겐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2명의 피랍자 중 유경식(55)씨는 2005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고, 김지나(32ㆍ여)씨는 척추질환을 앓아 건강상태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정숙향 교수는 “특히 유씨의 경우 호르몬 약을 한 달 이상 복용하지 않으면 몸이 붓고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사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진통제는 양귀비?

해외 봉사활동 경험자들은 탈레반 측이 피랍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약품이 마약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구호단체의 한 봉사단원은 “아프간 정부는 마약 생산을 금지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경제 악화로 양귀비를 생산, 판매한다”며 “별다른 의약품이 없는 탈레반은 피랍자들에게 양귀비 진통제를 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숙향 교수는 “양귀비 꽃 안에 든 생아편 약은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몸 속의 세균이 배출되지 않아 장염 등 더 중한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교수(정신과)는 “한달간 복용하면 마약 중독 증상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통해 피랍자들에게 전달할 해열제, 진통제 등을 제공했으나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의 접촉 실패로 의약품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0여곳 분산 생활

협상 난항으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탈레반은 무력 진압을 우려, 피랍자 22명을 2, 3명씩 분산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과 통화한 유씨는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며 “다른 사람이 생존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29일 가즈니주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탈레반이 종전에는 피랍자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눠 감금해왔지만 며칠 전부터 2, 3명씩 분산 수용하고 있으며 인질들을 2대의 소형 오토바이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을 지지하는 100개 마을은 사막 및 산악 지대에 흩어져 있으며 산세가 험하고 지형이 복잡하다. 아프간 당국자는 “탈레반 측이 무력 진압작전에 대비해 인질을 분산 관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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