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자들을 구금하고 있는 무장단체의 내분은 인질 석방에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이 문제는 앞으로 피랍자 22명의 무사귀환 여부를 결정할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장 단체의 내분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한 ‘8+6+9’라는 숫자가 적힌 쪽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8+6’ 밑에는 ‘돈, 해결’이라는 글씨가, ‘9’ 밑에는 ‘강경, 살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현재 피랍자들이 돈을 요구하는 온건세력과 포로 석방을 요구하는 강경세력에 의해 분리 구금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 인질의 살해ㆍ석방ㆍ재억류가 교차한 26일 상황을 되짚어보면 내분사태는 인질석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건파는 돈을 받고, 인질 8명을 풀어주려 했지만 이를 막기 위해 강경파는 배 목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정부가 금전적 대가를 매개로 한 온건파와의 협상에 적극 나설 경우 추가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경파의 입김이 더욱 거세져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질과 탈레반 포로의 일대일 맞교환 협상이 실패하면 한국인 인질을 1명씩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시한과 상관 없이 매일 1명씩 살해하겠다”(아사히 신문)등 유사한 강경 발언이 외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탈레반에 대한 미군의 대대적인 소탕작업이 벌어진 아프간 정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송 장관의 쪽지 내용대로 14대 8(1명 사망)의 구도가 그대로 유효하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석방해야 하는 탈레반 포로 수가 크게 줄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프간 정부 및 미국을 적극 설득해 탈레반 포로 일부를 우선 석방시켜 강경파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온건세력과는 몸값을 주고 인질을 돌려 받는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분을 잘 이용하면 석방에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온건파를 계속 설득해 강경파의 입지를 약화시키거나, 더 나아가 온건파 스스로 강경파를 제압해 구금된 인질을 빼오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 같은 얘기”라는 비판이 당장 나오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영화 같은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며 가능성을 남겨뒀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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