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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성량 약하고 가뿐 숨…임씨 긴장 넘어 체념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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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성량 약하고 가뿐 숨…임씨 긴장 넘어 체념상태

입력
2007.07.2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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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아픈 사람도… 꽤 있습니다. 제발… 빨리 살려주세요.”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피랍된 임현주(32) 씨가 26일 오후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한 육성은 납치 8일간 피랍자들이 겪고 있을 공포와 불안과 초조함을 가늠케 한다.

본보는 아프간 파시어와 한국어를 섞어 3분 20초간 들려온 임씨의 육성에 대한 분석을 음성공학 전문가와 범죄심리 전문가들에 의뢰, 남은 22명 피랍자들의 현 심리 상태를 짚어보고 향후 협상을 전망해봤다.

■ “흐음흐음…” 1분에 24번 가뿐 숨 ‘체념상태’

음성 분석결과 전문가들은 피랍자들이 “극도의 긴장감을 넘어 체념상태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소리공학연구소 소장)는 음색, 음향, 음성 주파수 등을 분석, 피랍자들이 신체적으론 건강이상, 심리적으론 체념상태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배 교수는 “성량이 일반인들에 비해 매우 약하고, 음색이 껄끄럽고 불명확하게 갈린다”며 “애원하며 울고 나서 목젖이 부어 올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임씨의 잦은 숨소리와 노인과 같은 음성 저주파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배 교수는 “임씨는 보통 사람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말할 때의 3배가 넘는 분당 24번 이상의 가뿐 숨을 뱉어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긴장-석방 기대-협상 절망-체념’으로 이어지는 심리상태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 목소리 톤에서도 여성의 고주파가 아닌 노인의 저주파가 나타났다. 배 교수는 “39초 지점에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부분은 인사가 아니라 살려달라는 애원”이라고 말했다.

■ 고 김선일 씨 육성 방송 때와 다른 ‘감정적 메시지’

전문가들은 공개 육성 내용을 검토한 뒤 인질 협상이 낙관적이라고 판단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행정학)는 “고 김선일 씨 사건의 경우 납치세력이 이라크에 주둔한 군대를 철수하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읽게 했지만, 임씨의 경우는 ‘아프다’‘구해달라’는 등 감정적 호소가 주된 내용”이라며 “조심스럽지만 협상은 희망적”이라고 진단했다.

정치적 메시지에 최종 목표를 두고 인질을 살해하는 극악한 수법을 쓰는 테러세력과 차별화한 내용이라는 얘기다.

표 교수는 임씨가 한국어와 아프간어로 말할 때 심리적 차이를 보였지만 신체적으로 생존을 위협 받는 건강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추정했다.

그는 “불규칙한 떨림, 피로에 지친 목소리 등이 반복되지만 한국어로 ‘아프다, 살려달라’고 말할 땐 감정이 실린 자기의사 표현의 의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기초적인 식사 제공, 의약품 보급 등이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닐 것이란 설명이다.

■ 탈레반이 노린 건 본격적인 협상

전문가들은 육성 공개가 ‘적극적인 협상의지’의 신호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질 상태를 알림으로써 인질의 협상 가치를 유지시키고, 한국 정부가 포로석방의 실권을 쥐고 있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 등에 요청할 수 있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파시어를 사용하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지역 주민의 여론을 호도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세주 연세대 의대 교수(신경정신과)는 “배형규 목사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인질들이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일 것”이라며 “인질범과 동화하는 ‘스톡홀름 증후군’ 등 심리적 질환 뿐 아니라 지병악화, 풍토병 등 신체적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김혜경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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