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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김정길씨 이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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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김정길씨 이색 기록

입력
2007.07.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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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70%가 산이라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가질만한 궁금증 하나.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산이 몇 개나 될까. 5만분의 1 지도를 기준으로 하면 남한에 있는 산이 대략 7,000개 정도다. 이중 뒷동산 수준의 언덕, 길이 없어 못 가는 산, 군부대가 관리하는 산 등을 제외한 등산 가능한 산을 추리면 2,500개 정도가 남는다.

산악인 김정길(59) 씨는 이중 80% 정도를 섭렵, 이 분야의 기록을 보유한 인물이 됐다. 지금까지 오른 산은 모두 2,115개. 그것도 불과 10년 만에 해내 전문 산악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주말 산행가 수준이던 김씨가 산에 맛을 들인 것은 1997년. 그전까지 그의 직업은 정당인이었다. 경기 광명시의원에 한번, 경기도의원에 두번 출마했다가 모두 쓴 맛을 보았다. “당원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당에 경제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김 씨는 “세 번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조직력이 없어 당선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질릴 만도 한데, 또 다시 선거철이 다가오자 출마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정치라는 중병에서 벗어나는 돌파구로 산을 택했다”는 김씨는 “산에 오를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정치에 대한 미련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하나 둘 타기 시작한 산의 숫자가 늘어나자 내친김에 대한민국의 모든 산을 올라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7년 전부터는 자그마한 사업체를 부인에게 맡기고 15인승 승합차를 구입,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김 씨의 산행은 좀 특이하다. 산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모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20여 개의 산을 한번에 해치운다.

혼자 하는 산행이라 위험할 때가 많다. 산돼지와 독사를 만나는 것은 예사고, 낭떠러지 근처에서 어둠을 만나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뜬눈으로 지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산행이라도 김 씨는 수첩과 펜을 놓지 않았다. 기존 정보가 잘못됐거나 추가할 내용이 있으면 수시로 메모한다. 이렇게 모은 자료가 라면 박스로 5개 분량이다.

개인이 수집한 정보로는 김 씨를 따를 이가 없다는 것이 산악인들의 평가다. 그래서 김 씨는 그들 사이에서도 ‘보물급 산악인’으로 통한다. 김 씨는 이런 공로로 29일 산악동호회인 무등산닷컴과 호남지리탐사회, 전북산사랑회 등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다.

김씨는 “방대한 자료를 그대로 묵히기 아까워 책 발간을 준비 중”이라며 “책이 나오면 후배 산악인들이 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산행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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