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국장 "도청 이야기 들었다" 불리한 증언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6일 미 의회 증언을 통해 영장없는 비밀도청 감행 과정과 관련, 앨버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의 의회 증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해 곤잘레스 장관의 위증혐의를 둘러싸고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뮬러 국장은 이날 미 하원 법사위 증언에서 2004년 3월10일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이었던 곤잘레스 장관이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병원에 입원중이던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을 찾아가 “분명히 영장없는 도청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뮬러 국장은 이어 “이 얘기는 당시 애슈크로프트 장관을 만나 직접 들었다”고 덧붙였다.
곤잘레스 장관은 이에 앞서 24일 상원 법사위 증언에서 “당시 애슈크로프트 장관을 찾아가 영장없는 도청 프로그램 재가를 강요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일반적인 정보활동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은 곤잘레스 법무장관이 의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며 폴 클레멘트 법무차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립성을 지닌 특별검사를 선임해 곤잘레스 장관의 위증 여부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법무장관이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를 하고서도 한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거짓말을 되풀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뮬러 국장의 증언을 계기로 곤잘레스 장관을 둘러싼 위증 논란과 그에 대한 사임 압력은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사태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두뇌’로 통하는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과 스콧 제닝스 정치보좌관에 대해 8월2일까지 법사위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보내는 등 공세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나섰다.
백악관측은 이에 대해 의회가 연일 소환장을 남발하며 민생문제보다는 민주당의 정략에 따른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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