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가 국내 정치권에 미치는 여파가 만만찮다. 특히 대선주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표정을 엇갈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
양보 없는 경선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경선후보들은 사태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당 안팎에는 사태가 이명박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랍 사건이 터지기 전 검증의 칼을 뽑아 든 박근혜 전 대표의 추격은 매서웠다. 지지율 격차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피랍 사태가 터져 국민의 이목이 일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박 전 대표로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2등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가운데 1등과 혈투를 벌여야 역전을 바라 볼 수 있다.
인질 가운데 한명이 피살되는 등 상황이 급박해지자 박 전 대표쪽에서 "경선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유불리 계산이 딱히 그렇지 만도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박 전 대표측의 공격 거리는 이미 국민에게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라며 "오히려 지금은 이 전 시장이 반격에 나서야 할 시점인데 피랍 사태가 터지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측도 피랍 사태가 자신들에게 그리 불리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속도가 좀 늦어질지는 몰라도 지지도 격차는 꾸준히 줄고 있다"며 "피랍 사태가 결과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 여권도 피랍 사태에 민감하긴 마찬가지다. 대통합 신당이 막 출범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시점인데 뉴스에서 밀려난 모양새는 좋지 않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부터 8월말까지는 한나라당의 장이기 때문에 우리는 상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신당 창당 내부작업의 잡음을 언론의 주목 없이 조용히 지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범 여권의 군소 후보들은 촌각을 아껴가며 인지도와 지지율을 올려놓아야 하는 처지여서 이들에겐 피랍 사태 장기화가 악재인 게 분명하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