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들은 지금 어디에서 공포에 몸을 떨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프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인질이 어디에 억류돼 있고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협상을 위해서도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7일 “인질들이 모두 11곳에 2명씩 분산 수용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질이 3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는 그간의 외신 보도를 부인했다.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인질 가운데 한 사람인 임현주씨가 비슷한 시간에 미국 공중파 방송 CBS 방송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은 나머지 여성 17명과 함께 있으며 남성들은 따로 억류돼 있다고 말하면서 비롯됐다. 임씨 말대로라면 인질 억류 장소는 2곳이고, 탈레반은 11곳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다를까.
전문가들은 두 주장 모두가 정황 상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인질을 11곳에 분산 수용했다는 탈레반측 주장은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의 인질 장소로 추정되는 가즈니주(州) 카라바흐 지역을 완전 봉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아무리 산악 지형에 익숙한 탈레반이라고는 하지만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군의 촘촘한 합동 포위망을 뚫고 어떻게 11곳에 분산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다수의 장소에 분산 수용하면 탈레반 입장에서 통제하기가 더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2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는 임씨의 말도 이 인터뷰가 탈레반 관계자가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임씨가 탈레반의 사전 각본에 따라 시키는 대로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임씨는 인터뷰의 대부분을 아프간 현지어로 진행했다. 탈레반이 전략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인질 억류 장소를 둘러싼 혼선은 탈레반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다국적군의 정보망에 혼선을 주고 만에 하나 인질 구출 작전을 전개할 경우 인질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임씨의 발언으로 인질들이 2곳에 억류돼 있는 것이 드러나자 탈레반이 서둘러 11곳으로 분산시켰을 수도 있다.
근거지가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시로 인질들은 다른 곳으로 끌고 다니며 이들을 다양한 그룹으로 이합시켰을 가능성도 크다.
한국 정부는 인질의 억류 장소에 관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회 회의장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김장수 국방부 장관에게 보여준 ‘8+6+9’라는 메모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메모는 인질들이 8명, 6명, 9명씩 세 집단으로 나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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