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들녘"인생은 미늘이다"
<> 오늘의 책 <100> / 7월 27일(금) 자
미늘은 국어사전에 ‘낚시 끝의 안쪽에 있는, 거스러미처럼 되어 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게 만든 작은 갈고리’라고 정의되어 있다.
“살아가면서 인간이 저지르는 잘못과 죄는 지워지지를 않고, 한 번 살 속에 박힌 낚싯바늘의 미늘처럼 과거는 인간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고 소설가 안정효(66)는 인생을 미늘에 빗대 말한다. 낚시, 낚시꾼이란 소재를 본격 한국문학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그의 소설 <미늘> (1991)이 아닌가 싶다. 미늘>
서울의 백화점 사장이지만 삶을 늘 미늘처럼 여기며 도피하듯 바다낚시를 떠나다 알게 된 젊은 여자와 사랑하고, 부인과 갈등하다 죽음을 생각하는 서구찬. 산다는 것은 그냥 살아가는 과정이지 그런 식으로 자꾸만 복잡하게 생각하는 숙제가 아니라며 도전적 삶을 사는 그의 낚시 친구 한광우.
<미늘의 끝> (2001)은 <미늘> 의 그들이 10년 만에 다시 떠나는 갯바위 낚시 여행 이야기다. “인생에서 무엇에도 적극적으로 저항한 적이 없었던 서 사장은 바다에 맞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은 채 파도에 휩쓸린다. 한광우는 ‘그는 인간답게 살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참으로 인간스럽게 살다가 죽었다’고 서구찬의 비석에 써 넣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미늘> 미늘의>
안정효는 자연 속에서 정말 하찮은 존재인 인간의 삶과 죽음, 엉켜버린 낚싯줄처럼 얽히고설킨 삶을 푼다고 발버둥치다 무엇 하나 마무리짓지 못하고 가는 인생, 미늘에 걸릴 줄 알면서도 목을 들이미는 인간의 심연을 수십년 낚시 체험에서 우러난 사실성으로 보여준다.
그는 요즘은 이메일로 ‘안정효의 낚시편지’라는 수상을 독자들에게 보내오고 있다. 장마도 끝나고, 바다든 민물이든 낚시 생각에 몸달아하는 꾼들 많을 것 같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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