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신규 분양하는 콘도는 조리 기구를 최소한의 것만 놓는 추세라면서?” 바캉스 이야기로 시간 가는지 몰랐던 주말 지인과의 전화 통화.
요즘 콘도 당첨은 로또 당첨 만큼 어렵다는데 조리 기구도 없다니! “귀찮아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이 도통 없다는 거야. 다들 외식하는데 조리 기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거지.” 그렇다고 매끼 외식을 한단 말인가.
이럴 때 최소한의 조리법만으로도 한상차림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즉석식품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요리 연구가들은 약간의 센스만 발휘하면 인스턴트 식품도 웰빙 식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바캉스 먹을 거리를 책임질 인스턴트 식품 5선과 이를 활용할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 베이컨은 김치와 '찰떡궁합'
“예전에는 일단 휴가지에서 맛있는 김치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요.”
궁중요리 연구가 박종숙씨는 “휴가 때는 베이컨 한 가지만 챙겨도 꽤 괜찮은 밥상을 차릴 수 있다”며 이렇게 운을 뗐다. “예전에야 민박집 주인 인심에 따라 김치의 맛이나 양이 결정됐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 시판되는 김치도 다 맛있고.”
그런 박씨가 추천하는 바캉스 특별 메뉴는 ‘베이컨 김치찌개’다.
김치만 따로, 또는 베이컨만 따로 있으면 다른 반찬이 더 필요하지만 잘 익은 김치와 베이컨을 함께 넣고 끓인 베이컨 김치찌개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반찬이 되기 때문이다. 또 돼지고기 대신 베이컨을 넣어 만든 김치찜도 휴가지에서 먹는 별미다.
베이컨 5장과 김치 1/2포기면 충분하다. 베이컨을 물에 살짝 넣었다 빼고, 역시 물에 살짝 헹군 김치를 함께 준비해 중간 불에서 끓이기만 하면 된다. 양파와 대파, 후추가루와 소금을 약간 넣으면 더 맛있다.
베이컨은 중간 크기의 감자에 말아 노릇하게 구우면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좋은 감자베이컨구이가 완성된다.
베이컨 대신 햄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햄은 조리 없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 중 하나지만 여전히 웰빙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 식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박종숙씨는 “햄은 엄마들이 반찬으로 낼 때 죄책감을 느끼는 대표적인 식품”이라면서 “물에 한 번 끓여내는 전처리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햄은 바캉스 마지막 날까지 남아 있는 과일과 함께 ‘과일 햄 샐러드’로 차려 낸다.
끓는 물에 담가 기름을 뺀 햄은 의외로 담백한 맛을 낸다고. 소스로 쓸 마요네즈에는 시중에 나와 있는 생와사비나 겨자를 조금 넣어 칼칼한 맛을 내면 엄마의 정성이 더 돋보일 듯.
■ 라면도 활용하기 나름
라면은 누구든 여행갈 때 한 두개쯤은 꼭 챙겨가는 필수 품목이지만 건강 식단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요리연구가인 이보은씨는 “면과 스프를 함께 끓인다는 편견만 버리면 라면도 특별한 여행지 야식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한 번 삶아 내라는 게 이씨의 말이다. 삶으면 기름기가 빠진 면발에 올리브 오일을 조금 넣고 과일을 썰어 얹으면 훌륭한 샐러드가 된다는 것. 또 황도 통조림을 함께 준비해 얄팍한 황도 슬라이스와 곁들여 먹는 것도 별미라고.
최근에는 아예 면과 육수를 따로 파는 DIY면도 나왔다. CJ에서는 냉면 국수와 육수, 스파게티면과 소스 등 8종의 DIY면을 내놓았다.
■ 기름이 따로 필요 없는 참치 캔
요리연구가나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이 단연 바캉스 필수 식품으로 꼽는 것은 참치 캔 제품이다. 휴대하기 번거롭지 않으면서 많은 요리에 이용되기 때문.
올리브유가 들어있는 참치를 사용하면 조리 시 다른 기름을 넣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참치에 들어있는 면실유, 올리브유 같은 기름이 싫다면 물이 들어있는 참치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참치 캔 제품 판매만 20여년 동안 해 온 동원 F&B에서는 최근 동원샘물에 담근 물담금 참치 등 다양한 참치 제품을 내놓았다.
참치는 찬밥을 처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메뉴다. 올리브유 참치 캔 1개와 감자 2개, 당근1/2개, 양파 1/2개만 있으면 ‘참치 밥 구이’를 만들 수 있다.
당근과 양파를 곱게 다져 참치에 넣고 볶아 찬밥과 골고루 섞은 뒤 주먹밥을 만들어 노르스름하게 구우면 완성된다. 미역국도 고기 대신 참치를 넣어 끓이면 느끼한 맛은 사라지고 고소한 맛이 강한 ‘참치 미역국’이 된다.
■ 찌개양념과 해산물의 만남
바캉스 예정지가 바닷가라면 시판 중인 찌개양념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휴가지에 조미료나 소스를 조금씩 덜어 챙겨 가기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즉석국과 달리 냉장 파우치로 유통되는 찌개 양념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순두부載낼楹? 된장찌개양념, 해물탕용양념 등을 바닷가에서 잡은 어패류나 생선과 함께 끓여보는 것은 어떨까. 두부나 부추, 대파 등을 함께 넣으면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 홍차파우더, 카페가 부럽지 않다
파티 코디네이터 강지영씨는 바캉스 갈 때면 홍차파우더를 챙겨간다.
여행지라고 해서 삼겹살, 김치찌개 같은 판에 박힌 음식들만 만들어 먹어야만 하느냐는 게 그의 말이다. 단순히 물에 타 먹을 것이 아니라 우유나 주스, 얼음 등 구하기 쉬운 재료를 섞어 색다른 음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
예컨대 립톤 아이스티 믹스 그린 제품에 우유와 얼음을 섞으면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의 그린티 라떼 같은 맛을 낼 수 있다고.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팁은 색색의 빨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강씨는 “빨대를 바꾸는 것처럼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휴가철 먹을 거리가 빛나고 감각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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