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계 대표들이 영화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한국영화산업 대타협'을 선언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중심으로 투자자, 배우, 감독조합, 조명업체, 영화산업노조 등 전 분야가 참여한 선언이다.
선언문은 우리 영화의 암담한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류가 일본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부진에 빠져 있으며, 인터넷 상의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극장을 제외한 비디오와 DVD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현상 등이다.
늦게라도 선언문이 채택됨으로써, 우리 사회가 영화계의 현실과 구조적 문제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왕의 남자' '괴물'이 1,000만 관객을 모은 것이 지난해였다. 그러나 그런 화려함 뒤로 관객은 계속 줄었다.
한탕주의 자본이 몰려들면서 지난해 한국영화는 전년보다 30%나 늘어난 108편이 제작됐다. 영화는 졸속으로 제작됐고 관객은 실망했다. 결국 흑자를 본 작품은 10~20%에 불과했고, 영화계 손실은 1,000억원에 가까웠다.
일본 등에서의 한류 붐 퇴조로 영화 수출도 전년에 비해 68%나 감소했다. 영화계의 불황을 반영하듯 최근 복합영화관 메가박스가 오스트레일리아계 회사에 넘어가기도 했다.
우리 영화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양산되는 거품을 걷어내고, 한껏 치솟은 유명 배우 출연료와 감독 연출료도 과감히 줄여야 한다. 웬만하면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도 낮춰야 한다.
이번 선언문은 제작자와 영화산업노조가 스텝의 처우개선 등에 합의한 가운데 발표되었다. 선언문은 또한 수요자가 합법적이고 적합한 가격에 온라인 상에서 영화를 보도록 새로운 영화전송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 등 합리적 개선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제도나 관행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인 모두 앞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공명심이나 이기심을 자제하고 영화산업 전체를 생각할 때만, 공멸을 피할 수 있고 선언문도 의미를 갖는다. 모처럼의 선언이 한국영화 회생의 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