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무장세력이 배형규 목사를 살해하는 만행에 그치지 않고 동료 수감자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나머지 한국인 인질들을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간절한 촉구와 가족들의 애타는 호소를 외면하고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저들이니 또 무슨 흉악한 행위를 저지를지 두렵기 짝이 없다. 그들이 어제 오후 5시30분(한국시간)으로 제시한 시한은 이미 지났다. 가족들은 배 목사 죽음의 충격에서 헤어나올 새도 없이 가슴을 졸이며 또 한 번의 밤을 지샜다.
한 때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던 인질 8명도 여전히 무장단체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말할 수 없이 실망스럽다.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자의 말도 계속 바뀌고 언론들의 불확실한 추측보도까지 난무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이상의 인명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어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현지에 급파했다. 현재 조중표 외교부 1차관이 현지 대책반을 지휘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의 엄중함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안보정책조정회의 성명을 통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해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결코 그 같은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 표명에 지지를 보내면서 정부의 노력이 조속히 결실을 거두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무장세력이 일부 인질들을 석방하려 했다가 방침을 바꾼 것이 일부 분석대로 탈레반 내부의 강ㆍ온파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내부 질서가 잡히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는 정부도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충이 많겠지만 정부는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 무한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정부는 외교적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서 인질들이 추가로 희생되는 일이 없이 조속한 시일 내에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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