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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 드는 밤] 밤바다 울리는 옥수수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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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 드는 밤] 밤바다 울리는 옥수수 하모니카

입력
2007.07.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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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번 주말에 뭐할까?”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너무 붐빌 테니 미리 바다 보러 가는 건 어떨까? 노을이 멋지게 지는 안면도가 좋겠다.”

한가한 평일 오후, 우리는 딱히 계획을 잡지 않은 채 설레는 마음으로 안면도를 향해 달렸다. 숙소만 예약해 놓고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는 깜짝 여행. 서해안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오후의 하늘은 장마철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만큼 맑고 투명했다.

안면도 꽂지 해수욕장 입구에 들어서기 전 길가의 조그만 가게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나오는데 옆에서 바구니 한 가득 삶은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옥수수를 보니 먹고 싶기도 하고 할머니의 모습이 딱해 보이기도 해 2,000원에 한 아름 옥수수를 받아 들었다. 인심이 얼마나 후한지 굳이 많이 안 주셔도 좋다고 해도 “총각, 덤이여! 덤. 여자친구하고 많이 먹어” 하신다.

미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한 꾸러미의 짐을 차에 싣고 보니 이미 하늘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노을 못 보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잖아.’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겼지만 붉디 붉은 노을을 기대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온통 시커먼 구름떼였다. 허탈함에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 보았지만 노을은 끝내 보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지친 우리는 펜션 앞마당에서 아쉬움과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준비해 온 음식들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슬슬 배가 불러 테이블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삶은 옥수수 생각이 났다.

식어 버린 삶은 옥수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펜션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옥수수에 꽂은 후 그릴 위에 무작정 올렸다.

“타다닥, 타다닥!” 옥수수가 노랗게 타들어가는 소리가 시원한 밤공기와 어우러져 분위기는 낭만 그 자체였다. 우리는 배부름도 잊은 채 구운 옥수수를 들고 하나씩 낱알을 뜯어 나누어 먹었다.

이런 걸 꿀맛이라고 해야 되나, 꿈 맛이라고 해야 하나! 달콤한 꿈 맛에 배속의 풍만함보다는 마음의 풍요로 행복했다.

나는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바람도 쐴 겸 밤바다를 보러 가자는 그녀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발길을 옮겼다. 달빛은 밝았지만 오솔길은 칠흙 같은 어둠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손을 잡고 더듬더듬 걷는 우리 커플 외에도 다른 커플들이 산책 나와 뜨거운(?) 눈빛만 반짝이고 있을 뿐.

오솔길을 지나자 약속이나 한 듯이 “와!”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고요한 밤바다는 오후에 보지 못했던 붉은 해를 대신하듯 은빛 보름달로 깊이 물들어 있었다. 은색 물감을 검은 도화지에 막 풀어 놓은 듯 어느 수채화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 같은 은빛 바다의 유혹에 빠져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앉아 또 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옥수수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백질, 섬유질, 무기질, 비타민 등의 성분이 풍부해 피부 건조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 습진 등의 저항력을 높이는 데 많은 효과가 있다.

특히 비타민 B1이 많이 함유돼 있어 여름철 피서지나 야외에서 강한 태양으로부터 지쳐 나타나는 식욕부진, 나른함, 무기력 등을 풀어 주는데 효과적이다.

■ 조리법

옥수수 2개, 버터 2큰술, 소금 약간, 물 적당량, 설탕 약간, 나뭇가지 적당량.

1. 냄비에 물을 붓고 끓으면 깨끗이 손질한 옥수수와 설탕, 소금을 넣어 푹 삶는다.

2. 1의 옥수수를 적당히 잘라 나뭇가지에 꽂는다.

3. 2의 옥수수를 그릴에 올린 후 버터를 고루 발라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글ㆍ사진 박용일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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