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잠시 중단했던 후보경선 합동연설회를 26일 부산에서 재개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서로 무차별적 정치공세를 퍼붓던 최근의 분위기와 달리 최대한 상대방 비난을 삼가고, 차분하게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밝히는 연설회였다.
광주 연설회를 연기해야 할 정도의 과열 분위기가 이처럼 잠잠해질 수 있었던 데는 아프간 인질 사태라는 외부적 요인이 결정적 변수였다.
이미 희생자가 나왔고, 아직 해결 전망도 뚜렷하지 않아 국민의 마음이 무거운 마당에, 상대방 흠집내기에 매달리다가는 점수를 따기는커녕 오히려 실점만 하리라는 상식적 판단이 작용했다.
한나라당 연설회가 원래의 취지에 걸맞게 차분해진 것은 다행이다. 다만 이런 상태가 본질적 자세 변화가 아니라, 당 지도부의 거듭된 촉구와 경고, 이 전 서울시장과 박 전 대표 등 주요 경선후보들이 지시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지속성이 의문이다. 그 동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이 노골화해 온 인신공격성 비난전은 그런 의문을 더욱 짙게 한다.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와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최 목사와 그 친인척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태도가 얼마나 상식과 동떨어졌는지를 부각,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인 '사람 보는 눈'이나 '균형 감각' 결여를 문제 삼고자 했다.
한편으로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과 그 친인척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한꺼번에 펼쳐 보이면서, 땅부자에 대한 유권자의 잠재적 반감을 자극하려고 애썼다.
둘 다 이미 검증과 해명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문제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매달릴 사안이 아니었지만 네거티브 공세에는 그에 버금가는 다른 호재가 없다는, 정치실리적 판단 때문이다.
첨예한 승패 다툼의 현장인 정당의 후보 경선에 어느 정도의 잡음이 따르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이전투구는 일시적 현상에 그쳐야 할 당내의 반목과 유권자의 외면을 굳혀버릴 수 있다. 두 진영의 자숙이 길게 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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