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피살 충격… 아프간 인질 사태/ 탈레반, 무차별 외국인 납치 지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피살 충격… 아프간 인질 사태/ 탈레반, 무차별 외국인 납치 지시

입력
2007.07.27 00:10
0 0

한국인 23명의 피랍사태가 26일로 8일째에 접어들었다. 전날 ‘인질 8명 석방’이란 외신보도가 잇따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오히려 배형규 목사 살해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인들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탈레반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한국 대표단과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협상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 “가능한 많은 외국인 납치하라”

탈레반 지휘부는 최근 구속된 조직원들의 석방을 위해 가능한 많은 외국인들을 납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탈레반이 납치한 프랑스 구호단체 직원 2명과 이탈리아 기자를 석방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얻은 정치적, 금전적 성과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다둘라는 25일 영국의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인질과 구속된 조직원간의 맞교환을 위해 무자헤딘(이슬람 저항세력)들에게 외국인을 발견하는 즉시 국적을 가리지 말고 납치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는 매우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다둘라는 아프간 정부에 체포된 적이 있으나 3월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풀려난 인물이다.

이는 탈레반이 외국인 납치를 통한 성공적인 협상의 선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앞으로도 아프간에서 외국인 납치 사건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은 그 동안 외국인 납치 후 철군과 구속된 탈레반 동료의 석방을 요구해 왔지만 협상의 이면에는 금전 거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프랑스 구호단체 직원 2명이 석방될 당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정부가 몸값으로 500만달러를 준비했었다”고 보도했고, 이탈리아 기자 납치사건의 해결에도 ‘5명의 탈레반과 맞교환’ 형식이었지만 ‘몸값 지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탈레반의 건재 과시(?)

탈레반이 배 목사를 살해하고 나머지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실체를 인정 받으려는 전략으로, 탈레반이 협상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테러조직 연구기관인 SITE(The Search for International Terrorist Entities) 연구소의 조시 데본 수석연구원은 25일 “외국인 납치를 통해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아프간 내 외국인들을 쫓아내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 이후 권력에서 쫓겨난 탈레반은 외국으로부터 자신들의 실체와 영향력을 인정 받기 위해 외국인 납치를 이용해 왔다. 탈레반이 이번 사태에서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협상 조건과 시한을 변경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8명 맞교환’, ‘전화통화 대가로 10만달러 요구’ 등 탈레반이 펼치는 교묘한 언론 플레이 역시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데본 연구원은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인질들이 무사히 석방된다고 해도, 이는 오히려 탈레반의 존재를 인정하고 세력을 강화시켜 앞으로 아프간 내 외국인 납치사건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파병국 간 이견도

아프간 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과 탈레반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아프간 내 미군의 군사 작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25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달레마 장관은 “탈레반에 대한 공격으로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군사작전은 종료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도 아프간 내 탈레반 소탕작전을 위해 추가 파병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현지 민간인 희생자가 증가함으로써 다국적군 활동에 대한 현지 여론이 좋지 않음을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민간인 희생은 탈레반과 알 카에다가 어린이를 포함, 민간인들을 방패막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이탈리아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같이 군사작전을 둘러싼 아프간 파병국 간의 균열 조짐은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과 아프간 재건사업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