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희생된 25일은 안타깝게도 그의 42번째 생일이었다. 샘물교회의 아프간 봉사단 출국자 명단에는 배 목사의 영문이름, 여권 번호와 함께 생년월일이 '25. JUL. 65'로 적혀있다. 샘물교회 신상명세서의 생년월일도 같다.
배 목사의 삶은 한양대 동기인 박원희 낙도선교회(서울 동작구 사당동) 목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내 친구 배형규 목사'라는 글에서 엿볼 수 있다.
박 목사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형제였다"며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잠을 자야 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도서관 주인과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어려운 학생들을 보살폈다"고 배 목사를 기억했다. 자신이 어려울 때도 " 늘 쌈짓돈을 주머니에 넣어주고는 버스를 타고 가버린" 친구였다.
배 목사의 부인 역시 "백혈병에 걸린 사람을 위하여 골수이식을 했고 성함이라도 알려달라는 환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배 목사를 "교세 확장이나 영웅심리나 무용담으로 선교하지 않는 형제였다"며 "형규 같은 목사가 많아진다면 한국의 교회는 행복한 교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썼다. 그리고 "형규는 저의 심장을 꺼내 주고 싶은 형제"라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교회 앞 상가주택 2층의 배 목사 집에는 부인과 초등학생 딸은 없고 처남이 빈 집을 지키고 있었다. 부인 김씨는 배 목사가 아프간으로 떠난 13일 배 목사의 본가인 제주로 내려갔다가 피랍 사태 발생 직후 서울로 돌아와 샘물교회에서 무사귀환을 기원했다고 한다.
배 목사 아버지 호중(72)씨와 어머니 이창숙(68)씨가 살고 있는 제주시 일도2동 S아파트 현관 문은 굳게 닫힌 채 '지금은 부재중입니다'는 안내문만 나붙어 있었다. 배 목사 부모는 아들 피랍 직후 평소 다니던 제주 영락교회에서 식음을 전폐하며 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밤샘기도를 올렸다.
아들의 피살소식을 접한 이들 부부는 충격을 받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집에서 슬픔을 이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샘물교회 관계자는 "이날 오전 고인의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며 "아버지는 '심신이 너무 피곤하다. 그렇다고 입원을 할 것은 아니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한편 배 목사 가족은 26일 "수년 전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족의 동의를 얻어 배 목사가 '장기기증신청서'를 작성했다"며 "의료연구용으로 기증하기 위해 '시신을 잘 처리해 한국으로 운송해 달라'는 요청서를 외교통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배 목사 시신은 경기 안양 샘병원에 기증될 예정이다.
제주=안경호기자 khan@hk.co.kr성시영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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