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가 한국 개신교가 깨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199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으로 목사직을 반납한 류상태(50) 전 대광고 교목실장은 아프간 사태가 한국 개신교의 배타적 교리와 공격적인 선교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신교 비판서 <당신들의 예수> (삼인 발행)를 펴낸 류씨는 26일 기자와 만나 “탈레반이 진정한 무슬림이라면 사람을 저렇게 죽일 수 없다. 무슬림은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신들의>
대학 시절부터 ‘꾸란’을 읽어 이슬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류씨는 “기독교인은 무슬림을 싫어하지만 무슬림은 기독교인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슬림에게 기독교와 유대교는 형제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질에 이어 생명까지 앗아간 이번 사태와 관련, “한국 개신교가 공격적인 선교방식을 바꿔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이라는 뜻은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파괴하려 하며 내 것을 강요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선교(宣敎)라는 말부터 교만하고 건방집니다. ‘선’(宣)은 ‘베푼다’는 뜻인데, 우리는 절대적으로 옳고 너희는 잘못되고 기껏해야 상대적인 가치밖에 없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는 특히 남이 원하지 않는데 강요하는 선교를 ‘문화적 강간’에 비유하면서 “남이 원하지 않으면 기다리거나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기독교는 이미 깨어났는데 미국과 한국의 기독교는 아직도 배타적 교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배타적 보수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은 30~40% 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는 아직도 80~90%가 그렇습니다.”
휴머니즘이야말로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믿는다는 류씨는 ‘안티 기독교’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 그러나 ‘안티 예수’ ‘안티 하나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광고 교목실장을 그만둔 후 노점상을 하기도 했던 류씨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에서 신학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그것도 그만두고 이제는 ‘종교적 자유인’으로 ‘대자보’ ‘당당뉴스’ ‘에큐메니안’ 등 진보적 기독교 매체에 글을 쓰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음 카페 ‘불거토피아’를 운영하고 학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 실행위원,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기독교 의식개혁운동을 해나가고 있다.
물을 마시면서 류씨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물입니다. 예수와 하나님이 중요한 것이지 기독교라는 종교가 아닙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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