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이 25일 배형규 목사의 비극적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음에 따라 정부의 협상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그 동안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탈레반 무장 단체와의 협상에서는 초조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써 왔다. 정부가 다급한 모습을 보일수록 무장 단체의 협상력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에서다.
현지에 주둔 중인 국제치안유지군(IASF) 및 미국 정보 기관의 도움을 받아 피랍자들의 상태 및 무장 단체의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악의 불상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무장 단체가 초기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자 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배 목사 피살을 계기로 정부의 협상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무장 단체는 이를 통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언제든 인질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반면 더 많은 희생을 막아야만 하는 정부는 궁지에 몰렸다. 정부 당국자는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쓴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전략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의 대책은 더 이상의 피해를 차단하고 피랍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장단체와의 지속적인 접촉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인질 1명이 살해된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머지 인질 석방을 위한 교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무장 단체의 주된 요구가 금전적 보상에서 탈레반 포로 석방으로 바뀜에 따라 가능한 한 모든 외교적 채널을 동원해 아프간 정부를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국 등 우방국 및 유엔 등에도 인질사태에 적극 개입해 줄 것을 당부할 방침이다.
무장 단체와의 협상 방식도 수정이 불가피 하다. 정부는 그동안 테러단체와의 협상에 부정적인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무장단체와의 접촉에서 전면에 나서는 것을 자제하고, 그들의 요구조건 수용에도 가급적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장단체가 원하는 것이 돈이든 포로 석방이든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신호를 주기적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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